「푸르름」의 시인 하이다르 에르귤렌(Haydar Ergulen)을 만난 것은 중국과 터키의 문인들이 초대된 세미나에서였다. 시는 빗속의 푸르름 속에 낭송되었다.
『당신 몸 위에는 비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어요 / 의미가 되기위해서 충분히 벌거벗었군요 / 시가 어떤 것이 되어야하는지 당신의 눈이 말해 주었고 / 나는 이렇게 당신을 믿었어요. / 나는 믿기 위해 시를 씁니다. / 당신의 눈이 무엇을 연상시키든 난 믿습니다』
문득 남산 푸르름이 의미가 되기 위해 벌거벗은 것으로 보이고 이 시인의 푸르름은 절대생명이구나 싶어 숨이 멎을 듯 하다.
시는 푸르름 속으로 깊이 깊이 내려간다.
『당신의 눈은 지한기르(이스탄블의 지역이름)를 떠올리게 하는군요. 환상속에서 / 가난한 위스크다르(이스탄블의 아시아대륙에 있는 항구도시)에서 / 그 꿈을 보았어요. / 당신은 파랬어요. 그립게 한 다음 / 다시 끌고가더군요. 당신의 바다를! / 천천히 믿게 되었지요. / 당신의 아름다움 때문에 내리는 비는 / 우리에게 권리가 있겠지요...(생략)』
비는 아름다움 때문에 내리고 비에겐 권리가 있다. 푸르름은 예술의 본질이며 시와 문학과 삶의 정신이며 믿음이고 아름다움이고 생명이다. 시인은 결코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기교부리지 않고 담담하게 푸르름을 노래한다.
하늘, 물, 산, 나무 모든 푸르름이 달리 보이고 푸르름을 깊이 깊이 마음에 쟁여 넣고 싶어진다.
오랜만에 가슴 설레는 시를 만난 이 여름은 지구가 가장 더운 해라는데도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내 시대의 언어와 인식으로 노래하는 「푸르름」 때문에 8월 생명이 눈부시도록 경건해 보인다.
푸르름의 벌거벗은 진정성. 아름다움의 극점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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