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이후 처음으로 서울에서 남북의 종교인들이 손을 맞잡았다.
마리아의 완전함과 복됨,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완전히 닮음을 기념하는 성모 승천 대축일을 전후해 8월 14∼16일 2박3일간 열린「8.15 민족통일대회」는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은 남북한 통일이야말로 우리 민족뿐 아니라 화해와 인류공영을 염원하는 지구촌 공동체의 간절한 바람임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행사 기간 중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향한 가톨릭신자들의 노력은 가히 빛을 발할 정도로 돋보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회 불발로 이어질 뻔했던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대회 추진본부장을 맡았던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사무총장 김종수 신부를 비롯한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변진흥 사무총장 등 신자들의 몫이 컸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나아가 각 부문단체별 모임과 각종 행사에서 보여진 신자 관계자들의 모습은 북쪽에서 온 이들조차도 높이 평가할 정도의 성과로 열매맺기까지 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민족화해특별위원회 윤갑구 위원장이 제안한 「인터넷 화해소(면회소)」는 새로운 만남과 화해의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남북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만약 이 제안이 남북 당국에 받아들여져 구체화된다면 남북 교류와 만남을 증진시키는 새로운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적잖은 희망의 메시지를 보면서도, 마음 한켠에 사그라들지 않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막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민간 차원의 교류가 과연 얼마만큼이나 남북 사회에 공감대를 쌓아나갈 수 있을 것인지,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정치 상황아래에서 민간교류라는 「대의」(大義)가 좌초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그것이다.
남북은 여전히 서로에 대한 불신을 털어내는데 인색하다. 오늘날 상황은 더욱 심각하고 복잡해졌다. 크게 나아지지 않는 남북의 정치적 역학 관계와 끊이지 않는 북한 이탈 행렬은 행여나 이러한 화해 무드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지 염려된다.
그런 가운데 이번 민족통일 행사에서 드러난 화해와 일치에 대한 염원은 우리 민족이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방향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자유로운 신앙과 순명으로 인류구원에 협력하고 구원의 은총을 나누어야 할 신앙인의 본분도 여기서 예외일 수 없다. 이것이 성모 승천 대축일이 들려주는 복음적 메시지일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