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선물을 받았다. 그 이름이 「생명 쌀」이다.
『약수가 많은 청정지역에서 재배한 토종 아끼바리입니다. 쌀이 천덕꾸러기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맛이나 보시라고 준비했습니다』
설명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그게 무슨 주스나 과일즙인줄 알았을 것이다. 손잡이까지 도안된 상자가 꼭 주스 같고 500그람씩 포장된 쌀이 열봉지 들어 있다. 무겁지도 비싸지도 않은 쌀 선물이 정겨워 모두가 환호했다.
일행은 남아도는 쌀을 사료로 사용한다는 보도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세대들이고 좀 울적하던 터였다. 탄생 백주년인 채만식(소설가1902~1950)의 심포지엄을 후배인 소설장이들끼리 초라하지만 더할 수 없이 진지하게 끝내고 돌아오는 길이었던 것이다. 누군가 청원 군수가 동료 소설장이인 아무개니 들러가자 했고 몇십명의 동료에게 군수소설가는 쌀 선물을 안긴 것이었다.
천덕꾸러기가 되기로는 쌀이나 소설장이나 한가지 아니냐는 장난 섞인 개탄이 나오고 굶어 죽는 아이들, 불과 20~30년전의 식량부족, 이북 사람들, 그리고 가축도 생명인데 왜 쌀 사료는 벌 받을 짓 같은지 모르겠다는 얘기들이 오갔다.
그런데 나에게는 그 쌀이 이성례마리아(최양업신부의 모친, 최경환 성인의 아내)순교자를 기억하게 한다. 순교자는 아이들과 함께 옥에 갇혔다가 아이들 때문에 배교를 하고 풀려나 수채구멍에 버려진 밥알들을 주어 아이들(최양업 신부의 아우들)에게 먹인다. 그렇게하지않으면 아이들은 절명할 처지였다. 순교자는 아이들을 아는 집에 맡기고 홀로 감옥을 찾아가 자수해 용산 당고개에서 순교했다.
하얀 쌀 하얀 이밥에 포한이 진게 어찌 순교자뿐일까마는 문득 순교자는 쌀 사료를 어떤 얼굴로 볼까 궁금해진다. 설마 우리 좋으신 성모님과 함께 눈물을 흘리는건 아니겠지 혼자 가슴을 쓸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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