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성월은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박해시대 순교한 신앙 선조들의 신앙과 정신을 기리고 되새길 뿐만 아니라 바로 자신들의 삶 안에서 순교 정신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것을 다짐하고 결의하는 때이다.
순교란 신앙을 증거하기 위해 죽음을 당하는 일을 의미한다. 죽음 자체보다는 죽음을 통해 신앙을 증거하고 그 증거로써 복음의 씨앗을 이 땅위에 뿌린다는 것이 바로 순교의 참된 의미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순교자들을 기억하고 기리는 것은 결국 우리 삶 안에서 그 순교 정신을 얼마나 충실하게 따르고 실천했는지, 그러한 실천 행위들을 통해서 우리의 이웃에게 복음을 얼마나 성실하게 증거했는가에 그 참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그리스도교 초기 3세기는 그야말로 혹독한 박해의 시기였으며 순교자들의 피로써 반석을 놓던 때였다. 박해와 그에 따른 순교는 그리스도교 진리를 믿지 않는 이들에게 복음을 증거해 그들을 신앙으로 인도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신앙인들에게도 굳건하게 믿음을 지켜나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됐다.
그것은 스스로 복음을 찾아 나섰던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망나니의 칼 앞에서도 신앙을 지킨 순교자들의 용맹은 이미 신앙을 고백한 이들이 배교의 우를 범하지 않고 같은 용맹으로 신앙을 수호할 수 있게 했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목을 내어놓는 피의 증거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물론 엄밀한 의미의 선교는 자신의 목숨을 던져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것이며 어떤 나라에서는 여전히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로 매 맞고 차별 받는 곳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피의 증거를 요구하는 박해의 시대는 지났으며 순교의 의미에 대해서도 박해시대와는 다른 해석과 가르침이 이뤄지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선조들처럼 피로써 진리를 증거할 위험은 없어졌지만 급변하는 세상, 극도로 세속화된 세계 안에서 그리스도의 참 진리를 수호하고 지켜나가야 하는 소명은 더욱 커졌다.
어찌 보면 오늘날 신앙에 대한 위협은 오히려 더 교묘하게 우리들의 믿음을 뿌리채 뒤흔들어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순교의 정신을 본받는다는 것은 단호한 결단을 의미한다. 세상의 가치와는 다른 가치, 참 진리와 영원한 생명에 대해 주저하지 않는 결단이 바로 오늘날 우리들의 순교가 될 것이다.
한국교회는 103위 성인에 이어 제2의 시복시성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곧 교황청으로 시복청원을 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순교 성인들에 대한 자부심을 삶의 실천으로 드러내며 순교자들의 시복시성을 위해 함께 기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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