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선고를 받는다면 어찌할까.
중년 이상의 사람들이 모이면 흔히 하는 얘기다. 아무개는 암 수술을 아무도 모르게 감쪽같이 했는데 그게 깔끔함이냐 자폐증이냐 갑론을박하기도하고 조기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한데 알만한 사람들이 시기를 놓치는 건 무책임 아니냐는 힐난도 나온다.
한 친구는 악성종양일지 모른다는 진단에 가장 먼저 한 일이 시내버스에 올라탄 일이라고 했다. 선고도 아니고 조직검사를 하자는 건데 머리 속이 하애지면서 아무 생각이 안나고 문득 한강 물이 보고 싶더라는 것이다. 일상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 속의 먼지 같은 부품처럼 시간 빠듯하게 사느라 버스 한 번을 한가하게 타보지 못했구나 싶더라는 것이다.
버스를 타고 한강을 건너 종점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면서 눈물을 흘렸는데 결코 슬픔의 눈물은 아니었노라고 친구는 강조한다. 그냥 좀 억울한 것 같고 혼자만 벌받아 내침을 받는 기분이더란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최악의 경우가 되어도 결과는 하느님에게 조금 빨리 가는 것이더라는 것. 특히 그 길은 세상 사람 누구나 한사람도 빠짐없이 다 가는 길이고 아무도 제외되거나 거부할 수 없는 가장 평등하고 공평한 길일진데 조금 일찍 예고 받고 간다해서 달라질 건 없더라는 것.
나중에 안 일이지만 친구는 매일 저녁기도 속에 선종의 기도를 포함시켰다고 한다.
십년 넘게 드려온 기도가 가장 두려운 죽음을 하느님께 향하는 기쁜 귀향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친구는 눈물을 보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 웃는다. 그리고 철학자 같은 소리를 한다. 모든 울음 속에는 웃음이 들어있다라고. 울음 속에 웃음을 준비하는 분 때문에 우리는 세상에 초대받은 축복의 존재라고.
친구가 사랑하는 백한번째의 하느님을 입속으로 가만히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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