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간과 공간으로 구성된 우주 안에서 살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시간과 공간에 대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살아가는 데에 별 지장이 없다. 이것은 아침에 해가 동쪽에서 떠오른다는 정도로 알고 있어도 살아가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더 이상 의문을 품지 않아도 되고 더 이상 의문을 품으라고 누가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런 데에도 의문은 꼬리를 물고 일어나 그 의문을 따라가다 보니, 지구가 자전을 하고 있고 밤과 낮 하루가 있는 것은 그 때문이며,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을 하고 있고 1년 사계절이 있는 것은 그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의 의식 세계와 일반 세계가 많이 풍부해졌다.
이제 그런 정도의 의문을 시간과 공간에 던져보자.
공간은 무엇인가? 우선 나 자신이 공간적인 존재이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내 몸이 공간적인 존재이고, 나의 오관에 와 닿는 모든 것들이 공간적인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 손에 닿는 것, 소리, 냄새, 맛 모두 공간적인 요소이다.
공간에 대한 상세한 사항은 앞으로 이야기하겠다. 시간으로 넘어가 보자.
시간이란 무엇인가? 우선 나 자신이 시간적인 존재이다. 내가 서기 19XX년 X월 X일에 태어났을 때 그 때부터 나의 존재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20XX년 X월 X일에 죽기까지 나는 이 땅 위에서 살아갈 것이다. 나 자신은 이 탄생과 죽음 사이의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간이란 것은 너무나도 소중한 생명 자체이기 때문에 한 토막 잘라서 그 누구에게 판매하거나 양도할 수 없는 존재이다. 공간적인 것 중에는 누군가가 독점하거나 사고 팔 수 있는 것이 많이 있지만, 시간은 그렇게 할 수 없다. 그 누구도 시간을 사거나 독점할 수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대로 살아갈 뿐이다. 물론 임금을 주고 누군가에게 일을 시킬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은 본격적으로 그의 시간을 나의 시간으로 사들였다고 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그래서 시간은 매우 공평한 존재이다. 한 제국의 황제에게나 걸인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 있는 것이다. 황제라고 하여 힘없는 평민의 시간을 세금으로 걷어들일 수 없다. 공간적으로는 천하를 다 가진다 하더라도 시간적으로는 주어진 것 외에는 조금도 더 가질 수 없다. 더 가져보려는 탐욕과 노력이 오히려 수명을 단축시키는 재난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그것을 진시황제의 예에서 볼 수 있다.
그 누구도 시간을 사고 팔거나 독점할 수 없도록 하여 모두에게 공평하도록 했다는 점에 대해서 우리는 시간과 공간의 창조주이신 하느님께 감사 드려야겠다. 더 보탤 수도 없고 누구에게 양도할 수도 없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참으로 깨어서 살아가고, 고통과 한숨보다는 기쁨과 희망으로 살아가도록 자신의 삶을 자주적으로 엮어 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남에게 떠넘길 수 없는 나에게 주어진 지상 최대의 과제이다.
시간에 대해 여기까지만 알아도 소중한 삶을 살아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우리의 지성은 시간의 정체에 대해 좀더 알고 싶어하여 더 묻고 있다. 그렇게 소중한 시간의 본질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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