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가 전세계 종교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정의와 평화를 위한 노력을 격려하는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의장인 프란시스 아린제 추기경이 최근 방한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대륙에서 종교간 대화와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누차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를 경악케했던 9.11테러를 두고 혹자는 문명간의 충돌, 특히 이슬람 종교 전통과 그리스도교 문명간의 갈등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그것이 종교 전통간의 갈등에서 빚어진 일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지성인들이 동의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야만적인 테러의 발생은 종교적 요인 이상의 복합적인 정치, 경제, 사회적인 요인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것이 많은 학자들의 분석이다. 거기에는 날로 심화되는 빈부격차,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인종과 민족주의 등이 포함돼 있다. 민족과 국가간의 갈등의 원인을 종교나 종교인들에게서 찾으려는 시도는 부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평화, 국가나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평화로운 공존을 이루는데 있어서 서로 다른 종교 전통을 갖고 있는 이들의 책임은 여전히 막중하며 국가간, 문화간 갈등의 해소에 종교인들이 기여하지 못한다면 그것 역시 자신들의 소명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세계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종교간 대화와 협력의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주요한 기성 종교들을 포함해 수많은 종교와 종단들이 각자 자신의 신앙 체계를 발전시키며 교세를 확장하고 있지만 큰 갈등이나 충돌 없이 공존하고 있다. 따라서 가톨릭교회를 포함한 모든 종교인들은 기존의 이러한 화해와 협력의 자세를 더욱 증진하고 고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많은 새로운 도전들에 직면해 있다. 이미 종교의 영역을 벗어나 극도로 세속화된 사회 안에서 쾌락주의, 물질주의, 소비주의가 만연해 있으며 종교적 가르침들은 사회의 대부분 영역에서 전과 같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모든 종교인들은 지금까지의 종교간 대화와 협력의 축적된 성과와 경험을 밑거름으로 더욱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서 긴밀한 유대와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모든 종교인들은 서로에게 더욱 열린 자세로 다가가며 다른 종교에 대해 이해하고 존경하는 자세를 각자 자기 종교의 신자들에게 교육하고 고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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