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시노드 준비가 한창이다. 이미 2년 전부터 시작된 시노드 준비는 이제 구체적인 일정이 최종적으로 마련되었고 요즘은 각 의안준비위원회에서 의안초안 작성으로 온 힘을 쏟고 있다. 작년 말 시노드 의안을 위한 기초연구보고서가 작성되었고, 이에 따라 연초에 구성된 7개 분야의 의안준비위원회는 지난 4월 토론자료를 작성한 것을 비롯, 최근에는 의안초안 작성을 위해 매우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것 같다.
필자는 시노드의 사회복음화의안 준비위원회의 생명소분과에 소속되어 활동하면서 의안초안을 준비하던 중 천주교 신자들의 생명의식에 약간의 의아심을 가지게 되었다. 의안준비위원회가 마련한 토론자료를 가지고 서울대교구 신자, 수도자, 성직자 모두가 5월과 6월 두 달 동안 활발하게 토론하였고, 그 토론마당의 부분적인 결과로 드러난 것은, 적어도 생명 분야에 있어서는 놀랍게도 생명 자체이신 하느님을 믿는 신자로서의 생명 존중의식은 기대만큼 충분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다. 특히 안락사에 대한 신자들의 의견은 가톨릭교회가 가르치는 내용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안락사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분적으로는 허용해야 한다. 안락사는 잔인한 행위이기는 하지만 환자 본인이나 가족의 고통을 고려할 때 계획없이 방치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따라서 어떠한 방법으로든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의식이 없는 것은 생명이 다한 것과 같기 때문에 안락사는 당연히 허용되어야 한다. 안락사를 국가차원에서 허용해야 한다」
토론마당 결과보고서에 수록되어 있는 내용의 일부를 발췌한 것인데, 보고서의 내용이 이 정도라면 안락사 문제에 관한 토론의 분위기가 어떠했는지는 가히 짐작이 간다. 이 의견대로라면 안락사에 대한 천주교 신자들의 의식은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의 생각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반생명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환자의 고통을 생각해서 고통없이 편안하게 죽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나 의식이 없는 삶은 이제 더 이상 인간으로서의 삶이 아니기 때문에 죽어도 좋다는 생각이 이제 교회 안에서도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는 것 같아 섬짓한 느낌이다.
이러한 생명의식에 대해 토론마당의 결과보고서는 생명존중의식의 함양과 실천을 위한 생명교육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한다. 체계적인 생명교육 프로그램과 교육 자료들이 절대적으로 부재한데 교회가 가르치는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교육의 부재만이 오늘날의 이러한 반생명 의식을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더 중대한 원인은 교회 내에서조차도 하느님 의식이 실종되어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초자연적 가치나 정신적 가치가 물질적 가치보다 언제나 상위에 있다고 가르쳐 온 교회가 세속화의 물결에 그대로 몸을 맡겨버림으로써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을 향해 힘주어 외칠 수 없을 만큼 쇠약해 진 것은 아닌가?
가장 버림받고 미약한 사람들을 사랑하신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삶은 당연히 그리스도께서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셨던 가장 버림받고 미약한 사람들을 사랑하는 삶이다. 철저하게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은 그야말로 약하고 잊혀져가는 생명까지도 철저하게 사랑하는 일이며, 이것이 곧 우리에게 생명을 선사하는 하느님 사랑의 척도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완전하게 하느님을 사랑하고 생명을 사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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