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0호와 17호의 승무원으로서 달 탐험여행을 했던 유진 서넌은 달로 향하던 중에 지구를 전체적으로 본 감동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지구와 멀어짐에 따라 대륙과 대양이 한눈에 조망되었다가, 마침내 지구의 둥근 윤곽이 보이기 시작한다. 세계가 한눈에 보인다. …게다가 지구상에서 시간이 흐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해 뜨는 지역과 해 지는 지역이 동시에 보이고, 지구가 회전하고 시간이 흘러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
인간에게 있어서 시간은 지구가 회전하는 것과 크게 연관되어 있다. 지구가 한바퀴 자전하면서 태양 빛이 비쳤다가 비치지 않는 것이 한 번 교차되면 사람은 그것을 하루로 인식한다. 이것을 24등분 나누어서 1시간으로 인식하고, 이것을 60등분하여 1분으로, 1분을 다시 60등분하여 1초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아폴로 11호가 달 표면에 머문 시간은 21시간 36분이었고, 차츰 길어져 17호는 75시간을 머물렀다. 지구에서의 시간으로 계산하면 아폴로 11호는 하루를 채 못 머물렀고 17호는 3일이 넘도록 달 표면에 있었으나, 달의 시간으로 계산하면 둘 다 달의 하루도 머물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달에 있어서 하루는 자전과 공전주기가 같아 29.5일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각기 다양하다. 날개를 초당 70회 정도 움직이는 벌새에게 있어서의 1초는 한없이 느린 나무늘보에게 있어서의 1초와 많이 다를 것이다. 밤낮 없이 캄캄한 심해에서 살아가는 물고기들에게 있어서의 하루는 햇볕이 잘 드는 근해에서 사는 물고기에게 있어서의 하루와 다를 것이다.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무에게서의 1년은 이곳 저곳 많이 나다니는 동물들의 1년과 다를 것이고, 한해살이풀에게 있어서는 1년이란 개념은 매우 낯설지도 모른다. 생명의 종에 따라 시간에 대한 감각이 각기 다르다.
같은 종인 사람에게 있어서도 시간에 대한 감각이 나이에 따라 다르고, 그 때 그 때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 이제 겨우 이성이 조금 트인 초등학교 1학년 아이의 하루는 할아버지의 하루와는 다를 것이다. 어릴 때에는 하루에 한 번만 아침식사를 했는데, 80이 넘고 나니 매 15분마다 아침식사를 하게 되었다는 어느 할머니의 농담이 농담만으로 들리지 않는다. 그분에게는 그만큼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이다. 견디기 힘든 어려운 환경에서 고된 일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의 1시간과 매우 보고싶었던 연인을 만난 사람에게서의 1시간이 결코 같을 수 없다. 같은 사람에게 있어서도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매 시간에 대한 주관적인 느낌은 많이 다르다.
또한 지구에서의 1년과 화성에서의 1년이 서로 다르고, 목성과 토성에서의 1년은 더욱 더 다르다. 은하 중심을 축으로 2억 년에 한바퀴 공전하는 태양에게 있어서의 1년은 어떤 것인지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시간에 대한 우리의 질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알고 싶은 것이 대단히 많은 호기심 강한 존재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