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대 대통령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머지 않아 후보들의 토론회 및 선거유세와 아울러 정치광고가 등장할 것이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이번에는 어떤 정치광고가 등장할지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게 된다.
더욱이 이번 선거부터는 거리유세나 합동연설회가 대폭 제한되고 대중매체를 통한 미디어정치가 본격적으로 열리며, 따라서 언론의 역할이나 정치광고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는 김대중 후보의 정치광고가 큰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대통령이 지난 번 선거운동기간에 선보인 TV광고는 모두 6편이었으며, 그 가운데 신세대 가수 DJ덕의 개사곡을 삽입한 「DJ와 함께」는 큰 위력을 발휘했다.
이 광고가 나간 뒤 많은 광고인들은 『광고에서는 이미 DJ가 이겼다』고 말하였다. 나이든 후보가 젊은 신세대와 함께 최신 유행곡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은 고령의 후보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건강에 대한 염려, 경직된 사고에 대한 우려를 없애는데 일조하였다.
이밖에도 김민석, 노무현의원이 출연한 3편의 「젊은이들과 함께」, 연예인들을 등장시킨 「팩시밀리」 편과 「아버지와 아들」 편 등이다.
다양한 제작기법을 사용하여 광고효과를 극대화했는데, 「팩시밀리」 편에서는 다양한 카메라 기술과 첨단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하여 사진 속의 연예인들에게 생동감을 불어넣기도 하였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7편의 TV광고를 선보였는데, 「희망의 목소리」 편은 유사한 형식의 「DJ와 함께」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퀴즈」 편은 독특한 구상으로 성공작이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가 선거운동 막바지에 상대후보의 발언내용을 담은 장면을 편집해 만든 네가티브 광고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즉 상대후보의 정계은퇴 선언과 병역기피 등의 자료화면을 제시함으로써 오히려 부작용이 더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에서 정치광고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6.29 선언」 후 1987년에 실시된 제13대 대통령선거라고 볼 수 있다. 그 전에도 정치광고가 있었지만, 투박한 표현과 레이아웃를 지닌 벽보나 대자보 수준에 머물렀다.
그런데 제13대 대통령 선거부터는 광고대행사와 광고인들이 정치광고의 제작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하였으며, 현대적 의미의 정치광고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때 민주정의당의 노태우 후보, 통일민주당의 김영삼 후보, 평화민주당의 김대중 후보, 그리고 신민주공화당의 김종필 후보가 각축을 벌였으며,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보통사람의 시대를 열자,」 「안정 속의 성장」을 내세운 노태우 후보가 당선되었다.
1992년에 실시된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민주자유당의 김영삼 후보, 민주당의 김대중 후보, 통일국민당의 정주영 후보 및 여타의 5명 후보가 선거를 치루었다.
김영삼 후보는 당과 후보자를 일체화시키는 광고전략을 구사하였으며, 「신한국 창조」라는 구호 아래 「개혁과 안정」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신한국 창조를 위한 10대 과제를 선정하여 공약사항으로 내걸었다.
「이 땅의 한국병 저희가 먼저 반성합니다」라는 내용을 시작으로 유권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문답형 광고를 18회 연속 게재함으로써 시리즈 형태의 광고를 선보였으며, 이 시리즈형의 기획광고는 단발형 광고에 비해 일관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였다.
1997년의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처음으로 대선 후보에 대한 TV합동토론회가 실시되었다. 뿐만 아니라 TV광고가 본격적으로 등장하였으며, 인터넷이 선거에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대규모 현장유세와 대인접촉에 의존해 오던 과거의 선거와는 많이 달라져서, 후보자가 유권자를 직접 만나는 대신 대중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이미지에 의존하게 되었다.
금년에 실시하는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대중매체의 영향력은 여전히 클 것이며, 매스 미디어와 정치광고가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유권자로서 우리는 앞으로 선보일 다양한 정치광고를 유의해서 살펴봐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대중매체와 정치광고가 만들어 내는 사실의 왜곡현상, 현란한 광고제작기법이나 말솜씨 뒤에 있는 후보의 능력과 자질을 판단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언론의 객관성,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치뤄지는 미디어 정치는 유권자들의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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