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방원각(方圓角)이란 무슨 뜻인지 아느냐?』장량은 아들을 보고 물었다.
『모르겠습니다』두 아들은 솔직하게 대답하였다. 『모가 지고 둥근 것. 그것이 방원각(方圓角)이다. 네모진 것을 열 개, 스무 개 자꾸만 쌓아 올려 보아라. 그러면 나중에는 둥근 것이 된다. 둥그래진다. 정방형(正方形)이 누적되면 원(圓)을 이룬다는 이치가 여기 있다. 모질 때 모지고 원만할 때 원만해야 하느니라』
『둥근 것은 가득한 것이다. 둥근 것은 또 때로는 텅 비어 있을 수도 있다. 비어있지 않고서는 들어 갈 것이 없다. 가득해야 할 때 가득할 줄 알고, 비어 있어야 할 때 모든 것이 들어 올 수 있도록 비어 있어야 하며, 모질 때 모서리같이 모질 줄 알고 둥글 때 한없이 둥글 줄 알아야 한다.
대장부 천하에 나서 천하만민을 도탄 중에서 구해 냈으면, 그만하면 할 일을 다 한 것 아니냐? 만족하지 아니하냐? 그 이상 욕심을 가지면 몸을 망치느니라. 그러니까 너희들은 이 방원각에서 마음을 닦아야 한다.
마음을 닦을수록 거울과 같이 맑아지느니라. 마음이 밝아야 때를 안다. 살구꽃은 삼월에 피고 국화꽃은 구월에 핀다. 이것이 다 제가 제 때를 아는 까닭이다』
가장 치열한 인간사의 승부, 초한지(楚漢誌)의 마지막 장면에서 상산사호(商山四皓)인 동원공·상남공·하황공·각리선생(장량)이 무한히 넓고, 무한히 깊어 보이는 구름 속으로 아득히 멀어져 간다.
가장(家長)의 시대가 지나면 은자(隱者)의 시대가 온다고 한다. 문명의 유혹과 천박함을 간파하고 이 험난한 세상에서 자존심과 품위를 지키며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갈 길을 찾는 젊은이들의 수가 점점 늘고 있다는데…, 우리 어른들도….
『주님! 우리들에게 방원각이 무슨 뜻인지 깨닫도록, 당신께서 함께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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