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의 세기도 시간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구 중력의 중심에서 가까울수록 시간은 그 중력의 힘을 강하게 받아 천천히 흐르고 멀수록 빠르게 흐른다. 그래서 같은 지구 안에서도 엄밀한 의미에서는 해발 1m 될까말까한 바닷가에서의 1초와 해발 1950m인 한라산 정상에서의 1초, 8848m인 에베레스트산 정상에서의 1초가 미세하지만 조금씩 서로 다르고, 지구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에서의 1초는 이들보다 좀더 크게 다르다. 지구의 자전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나는 비행기에서의 시계보다 자전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나는 비행기에서의 시계가 더 빨리 달린다. 중력이 매우 센 태양에서의 1초는 더욱더 길 것이다. 물체가 이동하는 속도도 시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초속 1m의 속도로 걸어가는 사람에게 있어서의 1초와 초속 10만km의 속도로 이동하는 물체가 있다면 그 물체에게 있어서의 1초는 서로 다르다.
시간은 이렇게 물리적인 상태와 시간을 인식하는 생명체의 종류와 심리적 상태에 따라 각기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것은 칼럼이 가진 지면의 한계 때문에 매우 압축하여 설명하는 필자의 이러한 설명만으로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일이다. 그런데 근대 철학의 아버지 칸트는 여기서 더 나아가 『시간이라는 것은 내감의 형식, 즉 우리 자신과 우리의 내적 상태를 직관하는 형식 이외에 다른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한다. 시간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것이 아니고, 인과관계를 파악하여 삶이 가능토록 할 목적으로 인간의 뇌에 들어있는 하나의 인식의 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현대 물리학계에서는 존재하는 것은 오직 현재뿐이라고 한다. 과거와 미래라는 것은 인간의 뇌 안에만 존재할 뿐 우주 어디에도 없는 것으로서 인간의 의식 세계에 존재하는 것일 뿐이라고 한다. 인간은 지구가 한 번 자전한 것을 하루로 인식하고 한 번 공전한 것을 1년으로 인식하여 뇌 속에 일어난 모든 사건을 정리하여 둔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시간에 대한 탐구는 계속될 것이고, 시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간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동쪽에서 해가 떠오르는 것이 우리의 감각세계에는 기정사실이듯이, 우리에게 있어서 하루는 24시간으로 구성되어 있고 1시간은 60분이며 1분은 60초이다. 상식의 세계에서는 이 상식적인 사실을 인정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서로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일상의 세계를 넘어서서 진리의 세계에로 좀 더 깊이 들어가고자 하는 경우에는 시간에 대한 이 다양한 견해를 곰곰이 묵상하는 것도 인생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면 하느님께는 천년도 하루 같고 하루도 천년 같다는 성서 말씀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좀 더 깊이 알아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수명에 있어서 시간의 길이에 연연해하는 것에서 조금 자유로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의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100살을 살아도 죽음의 순간에는 살았던 삶이 결국 찰나에 지나지 않게 인식될 것이다. 의롭게 산 삶은 짧게 살아도 영원을 산 것과 같을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예수님의 삶에서 보고 있다. 또한 우리가 늘 궁금해하는 죽음 이후의 세계가 어떤 세상인가에 대한 표상도 좀더 사실에 가깝게 그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평균수명이 점점 길어지고 있으니, 앞으로 최소한 90살은 넘도록 살아야 되지 않겠나』라고 생각하는 필자의 심보를 하느님께서는 어떻게 보고 계실까? 과연 그것을 허락해 주실까? 그렇게 살았더라도 막상 죽음이 다가오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까?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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