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 8일은 우리나라에 모자보건법이 제정된 지 꼭 30년이 되는 날이다. 낙태를 합법화하는 이 법이 우리 사회와 함께 하며 장년을 맞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일반인은 물론 신자들 가운데서도 이 법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지닌 이들은 많지 않은 듯하다.
왜냐하면 이 법의 존재 자체가 그리스도인의 양심이나 존재와 양립하기 힘든 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시대의 징표를 외면하고 소명을 게을리 해왔음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의 공식 통계에서도 보여지듯 우리나라에서 낙태는 범죄이자 범죄 취급을 받지 않는 유일한 행위다. 따라서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규정도 유명무실화된 지 오래다.
열 가운데 한명이 신자라면 법의 수호자인 법조인들 가운데서도 신자가 적지 않으련만 최근 수년의 통계 속에서 신자의 존재를 찾아보기란 힘들다.
오히려 미성년자가 임신을 해 화장실에서 방금 태어난 아이를 유기해 죽게 만들어도 가슴 아프게 받아들이기보다는 혀를 차는 정도로 넘기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렇게 해서 죽어가는 태아가 1년에 150만명이 넘는다.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하고 지워져가는 생명의 존재에서 누가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
더욱 우려할만한 것은 신자들 가운데서도 이 문제를 자신의 문제가 아닌 양 애써 외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데 있다.
성모상을 세워두고도 병원을 찾아온 임부에게 태연히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는 신자의사의 모습, 낙태를 선택권으로 얘기하는 신자들의 모습은 어쩌면 너무도 흔해 무감각하게까지 되어버린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그간 교회는 이런 반생명적 흐름에 반대하는 큰 줄기를 이어오며 빛과 소금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나타나기 시작한 피로현상으로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오늘의 모습이다.
교회가 세상에 보여온 「정의에 대한 단호함」을 다시 한번 떠올릴 때이다. 단순히 양심선언수준에 그치는 정의에 대한 외침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역사의 현장에 선 그리스도의 모습을 확인하는 장으로 모자보건법 폐지운동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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