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으며 또다시 많은 계획을 세우고 수정하고 또 잘 살아내느라 분주 했다. 특별한 신념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올해도 또 당연히 해야한다는 식으로 신년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그 어떤 계획보다 한해 살림살이 계획이 나에겐 가장 어려웠다. 「뭐 좀 부족하게 산다고 해서 불행한건 아니니까. 그래도 하느님께 감사드려야지」 스스로에게 다짐해 보지만 사실 생활비는 늘 부족한 듯 느껴진다. 올해는 어디서 지출을 줄여볼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계획서를 쓰며 내가 지출을 포기한 목록을 보니 「교무금 안올리기」, 「000복지시설 후원금 중단」, 「000 단체 후원금 중단」 등등이었다. 그나마 후원금은 3000원, 5000원짜리로 커피 한잔값이 겨우 되는 금액이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어째 이런 일을 했을까 부끄러웠다.
사실 지난해 본당 사무실을 통해 연말정산용 영수증을 발급받으면서 「정말 내가 낸 액수가 얼마 안되는구나. 그래도 어쩌겠어. 내 정성이 이것밖엔 안됐구나」하고 반성했었다.
그러나 한달도 채 못지나 나는 어떻게 하면 올해 교무금을 더 줄일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이다. 그러고보니 지난주일 미사 중에도 미리 봉헌금을 준비하지 못하고 미사 도중에 지갑을 열어보니 빳빳한 만원짜리 지폐만 몇 장 있었다. 순간 「어휴, 미리 좀 확인해볼껄」하며, 좀 아까워했던 기억이 있었다.
정말 지금껏 월급을 받으면서 하느님 몫으로 먼저 떼놓은 적이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봉헌금도 되는데로 내고, 교무금도 종종 밀려 한꺼번에 내다보면 무슨 억울한 벌칙금 내듯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내가 이러면서 아이들한테는 하느님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하느니 어쩌느니 잔소리를 할 수 있을까. 이 글을 쓰며 다시금 생활 태도를 반성한다. 『하느님 제가 이렇게 부족하다고 올 한해 저희 집에 주시기로 하신 은총을 깎으시는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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