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최대의 가치로 인정하는 신념이나 정책을 의미하는 사상 경향으로 오늘날의 민주주의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유주의는 소위 종교개혁 이후 종교적, 정치적, 경제적 자유의 요청과 함께 계몽주의, 실증주의 등의 사상적 조류에 그 뿌리를 두면서 발전해 왔으며, 이는 인간을 재평가하고 개인의 활동과 능력을 중시하고 자유와 만인 평등을 높이 평가한다. 곧 자유주의 사상의 기초는 인간은 본래 평등하며 자유롭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였으며, 이러한 기초는 근대 및 현대 시민사회 생활에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
자유주의 사상은 민주주의의 성장은 물론 19세기 유럽 사회에 불어닥친 산업화의 과정에서 자본주의 사상이 뿌리내리게 하는 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자유경쟁, 자유계약이라는 자본주의 윤리의 기초가 개인의 자유를 전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발전 과정에서 드러나는 폐단도 매우 컸다. 인간이 물질에 예속되어가고, 부익부 빈익빈의 새로운 사회적 불평등이 등장했을 뿐 아니라 노사분규를 비롯하여 시민간의 극단적 분열과 첨예한 대립도 자유주의 사상의 한 단면인 것이다.
근·현대사에 있어서 자유주의 사상은 이처럼 시민사회의 한가운데에서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쳐왔고, 그 영향은 때로는 긍정적으로, 또 한편으로는 부정적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자유주의의 모습은 또 다른 형태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긍정적, 부정적 평가의 대상으로보다는 이 시대, 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거대한 사상적 흐름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놀라움은 더욱 크다.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자유주의는 극단적 형태의 자유주의, 혹은 개인주의적 자유주의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절대적 가치는 개인의 자유이다. 이들 삶의 기본노선은 개별 실존을 위한 투쟁이다. 이익과 관심만이 행동을 움직이는 기준이 된다. 「내가 얼마나 내 일을 자유로이 행할 수 있는가?」가 그들이 생각하는 선(善)의 기준이며, 따라서 그들에게는 참된 의미의 자유가 아닌 방임이 절대적 행동기준이요 규범이다. 개인의 자유를 구속한다고 여겨지는 법, 전통, 관습, 권위, 윤리도덕, 규범은 그들이 생각하는 자유를 방해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거부된다. 가정에서 부모의 정성어린 충고와 보살핌의 말씀도 하나의 구속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가출이 그들에게는 자유인 셈이다.
이러한 개인주의적 자유주의 사상에서는 결국 「나」 자신만이 절대이며, 「너」, 「우리」는 「나」를 위한 도구로 전락되고 만다. 왜냐하면 「너」, 「우리」도 「나」의 자유를 방해하면 당연히 거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유주의가 우리 사회에 가져온 것이 죽음의 문화이다. 내가 살기 위해 발버둥치며 사는 이 사회에서 자유주의는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은 죽어도 좋다」는 논리를 정당화한다.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약한 생명에게 기득권자의 횡포를 한껏 부리고 또 그것이 당연하다고 강변하는 우리 사회가 아닌가? 요즘 배아 복제 허용 여부에 관한 논쟁이 한창이다. 배아 복제를 허용하고 배아를 가지고 연구, 실험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금방이라도 각종 난치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치유될 수 있으리라고 떠들어댄다. 인간 생명인 배아를 죽여서라도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충격적인 주장이다. 이것이 개인주의적 자유주의 사상의 한 단면이다. 참된 자유란 「나만의 자유」가 아니라 「나와 너, 나와 우리가 함께 누리는 한에서의 자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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