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1981년에 펴낸 「조선말 사전」은 천당을 이렇게 정의한다.
『종교미신적 관념에서, 이세상에 선한 일을 한 사람이 죽은 뒤에 가서 부귀영화를 누리며 잘산다는 거짓으로 꾸며진 허황한 세상』
이토록 살벌하고 적대적인 표현이 1992년 판 조선말 대사전에서는 가치 평가를 배제한 객관적인 기술로 대체된다. 『이 세상에서 선한 일을 한 사람이 죽은 뒤에 가서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세상. 사람이 근심걱정 없이 잘 사는 세상이라는 뜻으로 비겨 이르는 말』
우리는 곧잘 북녘의 더딘 변화를 탓하며 우리가 내민 화해의 노력이 배신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그 쪽 입장에서 보면 분명 의미심장한 변화가 이뤄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어디 변한 것이 그 쪽 뿐이던가. 우리 자신의 변화야말로 참으로 의미있는 것이 아니던가.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색깔론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
우리는 북녘에서 온 응원단과 함께 잔치를 즐길 수 있게 되었고, 낭비되는 음식 앞에서 북녘 동포들을 떠올리며 미안해 할 줄도 알게 되었다. 이른바 「핵계획」 같은 소식에도 조금은 더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으니, 참으로 우리가 알게 된 것은 대립과 반목보다 화해와 용서가 우선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 화해와 용서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실제로 풍겨나오는 순간을 보는 것은 더 없는 기쁨이다.
얼마전 우리 본당 수사님이 들려주시는 이야기가 바로 그랬다. 수사님이 지하철에서 만난 아시안 학생에게 물으셨단다.
『한국에서 왔니?』
『예』
다음 순으로 묻는 남한에서 왔느냐 북한에서 왔느냐라는 질문에 이 학생이 대답한 말은 정말로 가슴을 벅차게 한다. 『우리에게는 남한도 북한도 없습니다. 우리는 다만 하나인 한국사람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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