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적인 열병을 치르듯 올해도 수능 바람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다행히 「수능한파」라고 하는 매서운 추위가 없어 수험생 부모들은 다소 안도의 가슴을 쓸어내리며 시험장으로 자녀들을 배웅했지만 시험이 치러지는 동안 좋은 점수를 기원하며 성당에서 혹은 고사장 정문에서 고개숙여 기도를 드리는 어머니들 마음은 한결같지 않았을까.
어느 해나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지만 올해도 수능전 100일을 기점으로 많은 본당들이 수험생들을 위한 특별미사나 9일기도 시간을 가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또한 매일 성지를 바꿔 찾아가며 9일기도나 30일 40일 기도를 드리는 애타는 모정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식의 어려운 상황을 덜어주기 위해 애쓰는 부모들 심정이야 탓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러한 모습안에서 다소 우려되는 상황은 「진인사 대천명」이라는 말처럼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서 하느님 뜻을 기다리는 성숙된 모습이 아니라 기도하는 그 기간을 마치 하느님께 공로를 쌓는 것으로 생각하거나 그렇게 해야만 하느님의 축복을 받고 시험성적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복적인 성향들 때문이다.
실례로 어느 신자 경우는 유명(?) 성모상앞 잔디로 차를 끓여 수험생 자녀에게 주기도 했다는 웃지 못할 상황이 들리기도 했고 어느 본당에서는 수능 합격기원 미사에 거액의 미사예물을 봉헌했다가 성적이 좋지 못하자 예물을 돌려달라고 하는 사태가 빚어졌다는 소문도 있다.
물질주의 금전만능주의로 마음이 오염되어가고 있고 개인주의적인 풍조가 만연하면서 기도 역시 이기적인 경향으로 기울고 현세적이고 물질적인 축복만을 염원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신자재교육 부재 등으로 인해 올바른 신앙관이 성숙되지 못한 교회 현실을 탓할 수도 있지만 신자들도 바른 기도와 신앙을 식별할 수 있는 안목과 노력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근의 수능합격 기도에서 보여진 행태들은 새삼 진정한 기도가 무엇인지, 창조적인 노력없이 신에게 의존하려는 기도가 과연 진정한 의미의 기도일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우리는 먼저 기도하는 마음과 정성을 복음화해야 할 것』이라는 어느 원로사제의 말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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