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寄附)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을 도울 목적으로 재물을 내어놓는 것이다.
기부문화가 정착돼 있는 서구사회와는 달리 한국은 아직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국민 한 명이 1인당 소득의 평균 0.8%를 기부하고 있다는 것은 선진국과 비교할 때 기부라고 할만한 수준조차 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미국 가구의 70%는 매년 자선조직에 돈을 기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의 평균 기부액은 1075달러에 달하며 이는 그들 연간수입의 2.1%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최근들어 소액기부자들이나 생활속 기부자들이 늘어나는 등 기부문화에 대한 인식이 늘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동정심에서 비롯된 일회성 불우이웃돕기 등에 집중되는 모습이 드러나기도 한다. 무형의 자산을 키우기 위한 기부나 지원은 더더욱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그간 한국은 의식주와 관련된 문제에 지나친 경제 및 재화분배가 편중되는 모습을 보인것도 사실이고 「내 가족」, 「내 가문」에 함몰된 이기주의적 가치관과 학술, 문화 분야 등 보이지 않는 지적 자산 키우기에 안목이 부족했던 면이 없지 않다.
그러한 상황들이 낮은 기부문화 인식과 맞물려 연구나 학술 진흥에 대한 지원 투자에 관심을 돌리기 어려운 결과를 빚은 것이 아닌가 한다.
교회내 현실도 그리 다르지 않다. 한 교구사목연구소의 소장 신부가 본지에 보내온 문화 학술지원 중요성에 대한 기고는 교회내실을 위한 정신자산의 중요성을, 이를 위한 많은 이들의 넓은 안목과 지원의 필요성을 깨닫게 한다.
교회안의 몇몇 연구소들이 학술연구라는 제 기능을 온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든든한 지원과 그야말로 100년, 1000년을 준비하는 기다림의 투자가 필요하다.
외형적 성전은 몇 달만에 지어져 눈으로 확인될 수 있지만 학술적 지평이 넓혀지는 것은 단기간에 결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차제에 「나눔」의 선행을 학술 문화진흥과 관련시키는 인식의 전환이 교회 안에 확산돼야 할 것 같다. 특히 내적 성숙의 역할을 삼천년기 한국교회의 숙제로 요청받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교회와 신앙의 기초분야를 튼튼히 하고, 그럼으로써 교회구조와 신자 전체의 의식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성전을 몇 개 봉헌하는 일 만큼이나 한국교회에 매우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는 일이다.
교회 외형의 구축은 언제 허물어질지 모르지만 교회 내실을 위한 정신자산은 어떤 위협에도 영원히 존속한다는 유대인들의 통찰력을 새롭게 인식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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