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산책길에서 일흔은 됨직한 할머니 두 분을 따라 가게 되었습니다. 알콩달콩 얼마나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시는지 그만 두 분의 이야기를 엿듣고 말았지요. 영국 할머니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사시나 하는 호기심도 한 몫 했나 봅니다. 마냥 웃어 가며, 가끔은 열도 내면서 하시는 말씀이 그랬습니다.
『피어스 브로스넌은 어때?』 『음, 그 사람은 너무 말랐어』 『그럼 죠지 클루니는? 멋있지 않니?』 『맞아, 죠지 클루니, 끝내 주지』
우리 나라로 치면 칠십 노인이 송승헌이 낫니, 장동건이 낫니 싸우는 형국입니다. 터져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고 사제관에 돌아와서 그 얘기를 했지요.
『글쎄, 일흔이 넘어 보이는 할머니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세요!』
다들 웃으리라는 기대와 달리 돌아오는 것은 뜨악한 표정들입니다.
『그게 뭐 어때서? 뭐 이상해?』
괜히 말을 꺼낸 저만 이상한 신부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기야 그렇습니다. 연세가 든다고 좋은 것이 싫어지고, 싫은 것이 좋아지겠습니까? 어르신들이라고 왜 맛난 음식이 맛나지 않을 것이며,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차 한 잔 하실 생각이 왜 없으시겠습니까?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유독 어르신들께만 지겨울리 없고, 참한 옷 한 벌 입고 뽐내고 싶은 마음이 어르신들만 비켜갈리 없을테지요.
노인들과 젊은이들이 함께 맥주를 마시고 함께 재즈를 즐기는 모습들을 이곳 런던에서 그만큼 봐왔으면서도, 어르신들도 마땅히 삶을 즐길 자격과 바람이 있음을 알지 못하는 몰이해가 아직도 제 안에 남았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닭을 드실 때마다 닭껍질이 좋으시다며 고기를 양보하셨지요. 그리고 저는 그 말씀을 곧이 곧대로 믿었던 기억이 납니다. 껍질보다는 고기가 좋고, 죠지 클루니는 할머니들이 보시기에도 멋있는 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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