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갑차에 압사한 두 여중생의 죽음에 대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데 대해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이 분노는 사건 발생 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미군과 미국 정부의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자세에 그 근본적이고 직접적인 원인이 있으며 그 바탕에는 불평등한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이 자리잡고 있다. 아울러 이 문제에 대처하는 한국 정부의 무기력하고 안이한 대응이 국민들의 분노를 부채질하고 있다.
국민들은 여중생의 죽음의 원인이 무엇이고 누가 잘못했는가는 차치하고서라도 어리고 무죄한 두 생명을 앗아간 이 사건에 대해 어느 누구도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청하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절망감까지 느끼고 있다. 그리고 이 절망은 관련 당사자들에 대한 깊은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11월 30일, 지난 6월 붉은 악마의 함성이 울려 퍼졌던 광화문 네거리는 한 네티즌의 제안에 자발적으로 호응한 1만 여명의 시민들로 뒤덮였다. 하지만 한때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에 대해 긍지와 자부심으로 가득했던 거리는 이날 두 여중생을 추모하는 끝없는 촛불, 그리고 어린 생명조차 지키지 못한 자신들의 과오를 참회하며 깊이 고개 숙인 시민들로 채워졌다.
교회 역시 국민들과 똑같은 분노를 느끼며 압사 사건 피의자의 무죄 평결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와 기도회를 연일 벌이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마산교구사제단이 11월 27일 경남 진해 미군부대 앞에서 기도회를 가졌고 12월 2일에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광화문에서 열린시민공원에서 단식 기도회를 갖고 각 교구 사제 대표 10여명이 삭발 의식을 단행했다.
이처럼 한국민들의 반미 감정이 격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군과 미국 정부는 이러한 한국민들의 분노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음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밝히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은 전혀 없이 미군들만으로 구성된 재판부로 무죄 판결을 내린 뒤 사태가 심각해지자 형식적인 사과의 뜻을 전하는 식의 무책임한 대처에 한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이번 사태는 무엇보다 먼저 미군과 미국 정부가 한국민들의 분노를 바르게 이해하고 성실한 자세로 임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 대사를 통한 형식적인 사과가 아니라 두 명의 생명이 어처구니 없게 희생된 사건의 본질을 분명히 깨닫고 진심으로 용서를 청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SOFA 재개정을 통해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한 한국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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