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도 작고, 생긴 것도 형편이 그렇고, 사회적 지위라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상태에 있고, 가진 것은 더더구나 없는 자신의 모든 것이 너무도 초라하게 여겨져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어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 왔다. 이런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남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대단히 민감하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들려오는 부정적인 평가에 큰 상처를 입는다. 그래서 언제나 열등의식에 시달리고 과거나 미래에로 쉽게 도망친다.
심한 사람은 과대망상증에 걸려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만 하기도 한다. 자신이 대단한 부자라고 생각하거나, 지위가 매우 높아 누구에게든지 명령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학식이 뛰어나 여러 외국어를 유창하게 하면서 무엇이든지 알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려고도 든다. 이런 부류의 사람을 치료하는 일은 대단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끊임없이 그의 존재를 인정하는 말과 칭찬하는 말을 해 주어야 하고, 아무리 큰 잘못을 해도 나무라기는커녕 그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그의 잘못으로부터 발생한 손실을 복구해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의 교회 역사 안에 있는 수많은 성인들 중에 적지 않은 수가 외적으로는 그 누구 못지 않게 초라했었다. 자신의 비참한 처지를 받아들이지 못하여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하는 사람과 이들 성인과의 차이는 크지 않다. 성인들은 현재, 이 순간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했고,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하는 사람은 상황이 나아지면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를 취하는 그 차이일 뿐이다.
나의 상태가 어떠하든 용기를 내어 현재, 이 순간을 받아들이고 나면, 서서히 의식세계가 밝아져오고 몸과 마음의 자유가 다가오며 자신이 매우 부자란 사실을 인식하게 되어 행복해진다.
성인들은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도 풍부한 삶을 살았고, 세상에 그 누구 못지 않은 부자로 살았다. 그분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바로 현재, 이 순간과 살아 있는 몸과 마음을 가진 나 자신이란 것을 깊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순간이란 존재를 돈이나 그 무엇으로 매입해야 한다면 그 무엇을 주어야 매입이 가능할 것인가? 이 세상에서의 삶의 주체인 나 자신의 몸과 의식세계를 어떤 대가를 지불하고 매입해야 한다면 그 또한 무엇을 지불해야 가능할 일인가? 나의 심장을 인위적인 돈을 주고 사야만 했다면 그 가치가 얼마이겠는가? 나의 두뇌는 또 얼마나 주어야 살 수 있는 것이겠는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이미 내 안에 있고, 그것은 현재, 이 순간 안에 있다. 본질적으로 핵심인 이것을 가지면 되었지, 또 무엇을 가져야 내가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재산, 직위, 아름다움, 학식 등은 모두 필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주변적인 것이지 본질적인 것, 주인공은 아니다. 있으면 좋고 없으면 때때로 다소 불편할 뿐이다. 그런 주변적인 것이 다소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에 자신의 현재, 이 순간을 받아들이지 못하여 마음 고생이 심한 사람은 마음 고생을 좀더 해야 정신을 차리게 되나 보다.
현재 이 순간에 온전히 있으면 영원함이 어떤 것이라는 것에 대해 은근히 짐작할 수 있고 어렴풋이나마 체험할 수 있다.
하여간 용기를 내어 현재, 이 순간을 받아들여 보라. 그것도 바로 지금 해 보라. 삶에 대한 느낌이 달라지고 마침내 삶이 달라질 것이다. 이것은 스스로 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실천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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