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이 지닌 가장 고통스러운 것 중의 하나는 아마도 자신의 가난이 대물림된다는 현실일 것이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자식 사랑은 마찬가지. 가난하다고 아이가 다른 이에게 업신여김을 받는다면 그만큼 부모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엄연한 현실이다. 서울 강북의 한 초등학교. 도로를 사이에 두고 이 편은 2년 전 아파트가 들어섰고 저 편은 여전히 산 밑 연립주택부터 중턱을 거치면서 판잣집들이 있다.
당연히 인근 초등학교에는 판잣집 아이들과 아파트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 옷차림부터 양쪽 아이들은 다르고 한쪽은 방과 후 셔틀버스를 타고 영어학원을 가지만 다른 쪽 아이들은 골목길에서 종일을 지내며 신호등도 없는 도로를 누가 먼저 뛰어 건너나 하는 위험천만한 놀이를 한다.
하루는 아파트촌의 한 학부모가 「분개」하며 말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머리에 이를 옮아왔다는 것이다. 그 부모는 아이에게 판잣촌 아이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일렀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도 18평과 24평, 32평과 48평 주민들은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간다. 하물며 판자촌과 아파트 단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서로간에 굵은 경계선을 긋고 살아간다. 그렇게 서로의 경계 밖에서 머물고 있는 아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하나의 사회를 이루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서로를 받아들이며 살아갈지 의문이다.
IMF 경제 위기 이후 더욱 두드러지듯이 빈부격차, 80대 20의 사회 구조가 심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미덕은 무엇일까. 더 악착같이 돈 벌어서 20%로 편입돼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80%와 20%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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