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 첫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새 대통령을 맞게 됐다. 정치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민주주의의 원칙과 과정에 따라 국정을 운영할 대표자를 선택했고 그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짊어지고 나아가야 한다.
먼저 정치권과 정치인들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지연과 학연, 파벌에 따른 온갖 권모술수와 말바꾸기, 중상과 모략의 진흙탕 싸움으로 일관하던 우리 정치는 이제 새롭게 변모돼야 한다. 이러한 변화와 쇄신은 바로 새 대통령의 몫이다.
새 대통령에게 가장 바라는 바는 갈라진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다. 지역이나 연줄에 바탕을 둔 파당 의식에 휩싸이지 않고 공명정대하게 국사를 논하고 결정함으로써 부정부패가 자리 잡지 못하도록 해야 하며 오랫동안 지역감정을 조장해온 정치 지도자들이 더 이상 우리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단호하고도 합리적인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
정치권의 쇄신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무질서와 부패를 일소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상식과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 선진사회이며 선진질서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너무나 자주 이러한 상식과 원칙을 벗어나고 법을 지키는 사람은 손해를 본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새 대통령은 생명을 수호하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급속한 환경 파괴로 하나뿐인 지구는 위협받고, 국가까지 나서서 생명공학의 무분별한 연구를 조장하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대통령은 특히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때로는 어느 것이 민족 화해를 위한 길인지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남북 모두 한 민족이라는 의식과 형제애에 바탕을 두고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특별히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간직하고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편에서는 사치와 향락에 빠져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끼니를 잇고 비바람을 피하는 일조차 힘에 겨워하고 있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소명은 비단 교회와 종교인들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명심해야 할 의무이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세기를 맞아 새로운 정치를 통해 새롭고 건설적인 사회와 국가를 만들어나갈 소명을 함께 안고 있다. 새로 대통령에 뽑힌 당선자는 국민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에 항상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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