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앞날을 위해 많은 걱정을 하고 노심초사한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미래의 삶을 설계하여 그 노력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해 나가려고 애를 쓴다. 이것은 인간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오늘을 마구 살면 내일이 엉망진창이 될 것은 물론이고 그것을 짐작하는 오늘 벌써 마음이 편치 않고 불안해진다. 그래서 미래를 매우 합리적으로 계획하여 그 계획대로 살아가도록 노력하는 일은 내일뿐만 아니라 오늘의 삶에도 안정과 평화를 가져온다. 그래서 대부분의 부모와 스승들이 자녀들이나 제자들에게 미래를 잘 생각하면서 오늘을 살아가도록 권한다. 그래야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내일 걱정은 내일하고 오늘은 오늘 걱정만 하라고 하신다. 내일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내일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고 현실이 아닌 아직 머리 속에만 있는 가상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내일을 위해 염려하고 계획할 수는 있을지언정 내일을 앞당겨 오늘로 만들 수는 없다.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를 여행할 수는 더더욱 없다. 만약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면 이미 미래를 여행하고 온 사람이 있어야 할 것이다.
미래는 오직 인간의 뇌 안에 존재하는 생각에 지나지 않는 것이기에 결코 현실로 앞당겨질 수 없는 존재이다. 어떤 사람이 현재의 삶이 무거운 이유로, 더 나은 미래가 예상되기에, 무척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기 때문에, 현재를 벗어나 미래로 나아가는 경우에도, 오직 그는 머리 속의 상념으로만 그렇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한 시간이 결국 오기는 올 것이다. 그러나 현존하는 실제의 시간은 현재, 이 순간뿐이다.
현재 이 순간에 잘 있는 사람은 미래도 잘 살릴 수 있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아직 실존하지 않는 미래도 현재 이 순간 안에서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현재, 이 순간에 있지 못하고 좀더 나은 삶이 예상되는, 좀더 기쁜 존재를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로 쉽게 도망치는 사람은 그 미래가 현재가 되면 다시 그 순간에 있지 못하고 또 다른 미래로 도망을 치고 말 가능성을 농후하게 가진 사람이다.
현재, 이 순간을 받아들여 이 곳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예상한 오늘보다 더 나은 미래가 온다면 그것을 현재화하여 충만한 삶으로 만들어 갈 능력을 가지게 된다. 자신이 예상한 것보다 다소 못한 미래가 온다 해도 크게 실망하지 않고 현재, 이 순간에 허락되어 있는 것을 가지고 만족할 만 한 삶을 만들어 간다. 그는 어떤 미래가 현재로 다가와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 안에서의 수많은 성인들은 이러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그들은 현재, 이 순간이 아무리 힘들어도 쉽게 미래로 도망치지 않았고, 현재, 이 순간이 좋아 여기에 아무리 머물고 싶어도 그것을 붙잡으려 집착하지 않았다. 오는 것을 받아들이고 가는 것을 붙들지 않았다. 그들도 미래를 설계하고 걱정하기도 했지만, 몸과 마음은 언제나 현재, 이 순간에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유로웠고 풍부했다. 그래서 그들은 죽음이 다가 온 순간에도 결코 당황하지 않았다. 언제나 현재, 이 순간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쉽게 미래로 도망치는 사람은 미래의 저 쪽에는 결국 죽음이라는 관문이 도사리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안중에도 없다. 우리는 태어남이라는 과거와 죽음이라는 미래 사이에서 언제나 현재, 이 순간을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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