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전의 일이다.
「6.25촌」. 피난민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었던 곳으로 이사를 왔다. 방한칸에서 다섯식구가 생활했다. 열심히 일했지만,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할만큼 힘든 생활이었다. 그러던 중 시어머니께서 편찮아지셨다.
성당을 다니던 주인집 아주머니의 소개로 레지오 단원들이 집을 방문했고, 시어머니께 「대세」를 주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께서는 돌아가셨고, 이 일을 계기로 성당에 나가게 됐다.
어렵고 막막한 하루하루의 생활이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서 곁에 계시다는 믿음이 큰 힘이 되었다. 그러던 중 질녀가 찾아왔다. 세탁소를 운영하던 중 큰 화제로 가게를 모두 태워버렸고, 얼마 벌어놓지 않은 돈도 손님들 배상하느라 다써버렸다는 하소연을 했다.
옆에서 칭얼대는 어린 두 아이와 등에 업혀서 곤히 잠든 아이를 보는 순간, 「내 이웃을 제몸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이 생각나서 차마 빈손으로 돌려보낼 수 없었다. 그래서 손에 끼어져있던 금반지 서돈짜리를 쥐어주며 돌려보냈다.
넉넉치 못한 살림에 괜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닌가 싶어 후회하기도 했지만, 저 높은 곳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보고 계실 주님을 생각하며 위안을 삼았다.
그렇게 세월에 묻혀 그 일도 기억 속에 사라져갔다. 그러던 중, 얼마전 그 질녀가 찾아왔다. 주름진 손으로 나의 손을 꼭잡으며 그때의 일에 감사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질녀는 내 손에 금 닷돈의 반지를 꼭 쥐어주었다.
내가 베풀었던 것 이상의 갚음을 받을 수 있었던 그날은 어느 때보다 마음 따뜻해진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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