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복음의 씨가 갓 떨어졌거나, 교회가 설립된지 얼마되지 않았거나, 교회가 어떤 위기에 처해 있는 지방에 있어서는 신자 가정들이 그 전생활을 통해서 복음에 충실하며, 그리스도교적 결혼생활의 모범을 보여준다면 세상에 그리스도를 가장 웅변적으로 증언하는 것이 된다』
현대 교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그의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제3장 11조에서 위와 같이 「가정공동체」의 중요성을 일갈한 바 있다. 우리는 교령이 가정의 중요성, 나아가 가정공동체가 지상에서 수행할 수 있는 복음화의 영역을 비교급이 아니라 최상급으로 표현한데 주목하게 된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성가정의 모범적 삶」이 세상에 그리스도를 「가장」 웅변적으로 증언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12월 29일 「성가정 주일」에 있은 수원교구와 대전교구의 행보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대전교구는 이날 교구장 경갑룡 주교 주례로 제1회 성가정 생명장학금 수여식을 갖고 아홉명의 자녀를 둔 송남섭 조용례 부부 가정을 비롯해 모두 다섯 가정에 장학금을 수여했다. 수원교구도 이날 최덕기 주교 주례로 교구내 각 본당에서 추천받은 17개 가정에 대해 「성가정 축복장」을 수여했다.
각 교구에서 성가정을 선정하는 기준이야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전교구가 자녀를 많이 둔 가정을 우선 선정한데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자녀가 많아야 두명인 것이 요즘 세태다. 자녀가 세명만 되어도 웬지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마당에 5명에서 9명의 자녀를 둔 것은 그 자체로 오늘날 세속적 가치질서를 거스르는 숭고한 행위로 인정받을만 하다. 그것도 부부의 분명한 의지와 신앙정신에 입각한 결과라면야 더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급변하는 세상은 생활양식의 변화를 가져왔고, 이는 곧 핵가족화와 나아가 무자녀 가정이라는 기형적 가정공동체를 양산하고 있다. 생활의 여유, 좀 더 편리하고 윤택한 생활에 대한 갈망이 자녀 출산과 양육의 잣대가 되고만 세상이다. 그러나 교회는 『현세 질서의 그리스도교화란 목표 안에서 가족들이 서로 사랑하고 함께 기도하며 가정을 교회의 가정적 성소(聖所)로 삼을 때 그 받은 바 소명을 다할 수 있다』(교령 11조)며 더 상위의 가치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성가정을 찾아 시상하고 격려하는 곳은 비단 두 개 교구뿐만 아니다. 부산교구도 수년전부터 교구장 명의의 성가정 축복장을 수여하고 있다. 형태야 어떠하든 가족의 소중함과 가정의 신앙적 소명을 일깨우고 확산시킬 수 있는 이같은 기회가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가정을 올바로 세우고,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구호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세자녀 이상 가정 학자금 지원과 같은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지원대책을 교회부터 마련하고 시행하는 것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복음화하는데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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