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무고한 민간인들의 희생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계에서는 전쟁 반대의 목소리가 한층 더 높아지고 있으며 급기야는 아랍과 이슬람권에서는 반전의 뜻을 국제사회에서 공식화하기 위해서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는 이라크전의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세계 반전 진영의 최선봉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들어 외신에는 교황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거나 머리를 받치고 있는 모습의 사진들이 자주 보도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평화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해왔고 전쟁을 막기 위해 특사를 워싱턴에 파견해 부시 미 대통령에게 간절한 평화의 염원을 전달할 바 있는 교황은 이라크전이 발발하자 전쟁은 인류의 운명을 위협한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고 전쟁이 결코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해왔다.
교황은 특히 전세계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반전 운동을 가리켜 『오늘날 평화를 염원하는 거대한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다양한 종교들이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희망과 위안을 느낀다』고 말했다.
교황의 이런 발언들은 사랑과 평화의 주님을 믿고 고백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전쟁을 반대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소명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어떤 명분으로도 전쟁은 인간 생명을 훼손하고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폭력이기에 정당화될 수 없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창조되고 그 사랑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된 인간은, 더욱이 하느님 백성으로 자처하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증오와 폭력의 절정인 전쟁에 대해서 결연하게 「NO」라고 외쳐야 할 것이다.
교황의 말대로 『국가간 대립을 풀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전쟁은 언제나 인류가 갖고 있는 인간애에 의해 거부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마찬가지로 국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추진되는 파병안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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