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8일. 평소에는 컨테이너와 장승만이 외롭게 자리한 채 삭막하기만 하던 새만금 해창 갯벌이 오랜만에 인파로 북적였다.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이 새만금 갯벌 살리기 3보 1배를 시작하는 이날. 베트남 출신의 틱낫한 스님이 함께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무게가 더해져 각 방송사와 신문사 기자만도 100여명에 달할 정도로 행사는 높은 관심을 끌었다.
열 두 번의 경종이 울리고 새만금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선언문이 낭독됐다. 사랑의 씨튼 수녀회 수도자들이 「사랑으로」를 합창하며 3보 1배 출발 행사는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행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틱낫한 스님이었다. 1시간이나 늦게 도착한 스님은 「새만금 평화의 메시지」 발표시간 대부분을 자신의 걷기 명상을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주최측이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해 설명할 때도 스님은 마이크를 옷에 끼우느라 자세히 듣지도 못한 모습이었다.
스님은 타종교인들도 걷기 명상을 하면 하느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줄곧 걷기 명상을 강조했다. 20여분 가까운 스님의 메시지 발표에서 「새만금」이라는 단어는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실망스러웠다. 이 시대 영적 지도자로 추앙 받는 스님은 과연 새만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고견을 들려줄 지 기대하던 사람들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새만금 간척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사업이 물질주의 사회가 자연의 고귀한 섭리를 파괴하는 대표적인 예라고 말한다. 갯벌의 생명을 파괴하고 물질주의 문명을 그 위에 세우는 발상은 철저히 상업적인 계산 아래 나왔다는 것이다.
틱낫한 스님이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영적스승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스님이 방한한 이후 내내 들려오는 다분히 상업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이곳 새만금에서 다시 느끼게 돼 아쉽다.
3보 1배 기도수행에 동참한다던 틱낫한 스님 일행의 버스는 이제 막 3보 1배를 시작한 두 성직자의 곁을 휑하니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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