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새해를 기다리던 심정은 좀 특별했다. 베컴이나 칸, 호나우두 같은 세계적 축구스타들을 월드컵이 열리는 대한민국의 경기장이나, 안방의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떨리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좀체로 올 것만 같지 않던 6월은 어느 날 성큼 다가왔고, 월드컵이 시작되었다.
붉은 악마의 거리 응원이 들불처럼 번져가던 때, 시청앞 광장에 있었다. 두 팔을 쭉쭉 뻗으며 연호하던 『대~한민국, 우~우~』 솔잎을 스치는 바람소리로 시작되다가 마침내 우주로 떠밀려 올라갈 듯 터져오르는 응원의 함성은 이내 태극기의 펄럭임으로 뒤덮이곤 했다.
마침내 박지성의 천금같은 골로 승리가 확정되자, 서로 얼싸안으며 발을 구르고 모두들 싱싱한 물고기처럼 뛰어올랐다. 폭죽 화약 냄새와 색종이의 휘날림은 휘몰이 장단이며 월드컵으로 인해 남녀노소, 나라와 인종의 구별을 없애 버렸다.
월드컵 사상 첫 4강이라는 신화를 만들어냈던 그 신명나는 열정의 물결은 9월 아시안 게임에서는 남북이 하나 되어 응원하는 모습으로, 12월의 대통령 선거를 투명한 축제의 마당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 갔다.
그리고 2003년 계미년 새해가 밝았다. 아직도 TV에서는 월드컵의 장면들을 편집해서 재방송을 내 보내고 있다. 질리지도 않는다. 질리기는커녕 매번 감동하고 우리 선수들이 체력이 달리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을 볼 때면 매번 콧날이 시큰해진다.
우리 스스로 놀라고 확인했던 대한민국 사람의 열정과 자긍심!
헌데 2003년은 그런 집약된 에너지를 터뜨릴 호재가 얼른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들 어떠랴. 새로운 대통령이 나라 살림을 경영하는 2003년에도 2002년보다 더 속 시원한 일들이 새록새록 생겨나서, 우리들의 어깨는 신명으로 들썩이고, 언제든 세계 만방에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일들이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계속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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