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월 5일, 12시 미사 후 명동성당 구내에서 오르가니스트 마르가리타씨를 만났다. 서울주보 사이에 끼어 있는 서울대교구장님의 신년대담 내용이 화제가 되었다.
마: 이것 좀 보세요. 『대통령은 공동선을 추구하는 데 중심이 되는 분이다. 우리 신자들부터 사회의 공동선을 추구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교구장님께서 말씀하시는 데, 교수님, 공동선이 뭐예요?
나: 제가 뭐 아나요.
마: 아니 교수님도 지난 해 가톨릭신문 12월 15일자 방주의 창에서 「똑바로, 반드시 투표하자」고 하면서, 공동선을 증진시킬 수 있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투표 안 하면 지옥 간다고 해서 저도 투표를 했답니다.
나: 잘하셨습니다. 그런데, 투표율이 낮았지요. 새 대통령이 50% 조금 못되게 득표하고 투표율이 70% 정도이니, 새 대통령은 전국민의 35% 밖에 지지를 받지 못하는 대통령입니다.
마: 그래도 제도가 그러니 어떻게 합니까?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요.
나: 그렇습니다. 그러나 교구장님 말씀대로 「의견을 달리했던 정당들이 소모적 정쟁을 하지 않고 국가이익 전체를 위해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가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는데, 지지율이 낮으니, 제대로 화해와 화목이 이루어질 지 걱정입니다. 야당도 대안제시나 타협 없이 지난 몇 년간처럼 반대를 위한 반대를 거듭하면 정말 큰일입니다.
마: 아무튼 공동선이 뭔가요? 모두다 더불어 잘살자는 얘기 아닌가요? 지난번 방주의 창에서는 「인간(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일, 집단(사회)의 이익추구를 보장하고 이 보장을 위해 자발적인 연대성을 충분히 확보해주는 일, 국가는 개인과 사회의 자율성이 드러나도록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는 일, 이러한 것들이 공동선을 위한 정신들」이라고 했는데, 좀 구체적으로 풀어서 얘기를 해주면 좋겠네요.
나: 네, 그건 교회가 사회문제들, 세속적인 문제들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회칙, 교서, 훈령들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사목헌장」도 이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요. 1891년 「새로운 사태」가 그 처음으로 볼 수 있는데, 지금까지 「복음의 빛으로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해명」하려는 많은 문헌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역사는 100년이 넘는 셈이죠.
마: 그렇군요. 하여튼 「가톨릭 사회교리」에서는 공동선을 뭐라고 하나요?
나: 공동선의 개념은 「사십주년」「어머니요 스승」「지상의 평화」「사목헌장」등에 많이 나타나지만 사회교리 문헌 전체를 통해 공동선에 관한 가르침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공동선의 출발은 인간의 존엄성입니다. 요사이 인간이 인간을 만드는 인간복제도 가능해졌지만 인간의 생명은 하느님 손에 맡겨져 있는 것 아닙니까? 인간의 생명은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가 빠르게 전세계적으로 형성되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고, 이 사람들은 인간취급을 받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또 가난한 나라들은 국제사회에서 구조적으로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최소한의 보장도 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재화의 수단이 되어버려서, 존엄한 인간으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권력을 얻거나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인간으로서의 고유한 권리들을 살려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렇게 인간이 재화와 권력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고 교회에서는 1891년에 처음으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세속의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시작하게 된 거지요.
마: 인간의 존엄성을 공동선의 출발로 보고 있군요.
나: 그렇습니다. 한 개인은 가족과 함께 자유롭고 안락하게 살고 하느님을 받드는 삶을 원합니다. 또 이러한 삶을 위한 수단을 얻기 위해 사회 속에서 노동을 하고, 활동을 합니다. 또 한 국가 안에는 여러 영역의 사회가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의 여러 직능집단들이나 국가가 개인에게 존엄하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재화를 보장해주지 못하거나 보장해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물론 개인의 자유도 무한정으로 보장될 수는 없습니다. 개인이 획득한 재화도 자기 멋대로 사용되어서는 안됩니다. 개인들도 사회와 국가 속의 한사람으로서 공동의 목표와 이익을 존중해야 합니다. 공동선을 존중하고, 공동선의 증진에 기여해야지요. 사회의 여러 집단들도 자유로운 활동과 이익추구를 국가로부터 보장받아야 하지요.
마: 그러면 개인은 사회로부터, 사회는 국가로부터 보장을 받아야 하니 결국 국가의 역할이 공동선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되네요.
나: 그렇죠, 그러니까 교구장님께서도 대통령이 국가의 공동선 추구에 중심이라고 하신 것 같습니다.
마: 조금은 알 것 같은데, 다음에는 대통령과 신자들이 공동선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얘기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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