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속의 일치」는 다원사회 안에서 모든 사람들이 평화와 화합으로 공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세이다. 그것은 한 분이신 하느님을 믿고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고백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를 위해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일치는 하느님 안에서 한 형제인 그리스도인들이 반드시 이뤄야 할 본질적인 소명 중의 하나이며 우리는 반드시 일치를 저해하는 편견과 선입견과 오해들을 불식하고 내적·외적 일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일치를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대화이다. 단지 형식적이고 겉치레의 대화가 아니라 진심으로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상대방이 나 자신과 다른 점들을 존중하고 인정함으로써 수용하는 자세로써만 참된 대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대화를 나눠왔다. 전쟁 후 도탄에 빠진 국민들을 돕기 위한 사회복지 활동에서, 독재 체제에 저항해 민주화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때로는 함께 하느님의 말씀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일을 통해서 가톨릭 교회를 비롯한 여러 그리스도교 종파와 신앙인들은 서로를 만났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와 종교인들의 모습을 보면 과연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얼마나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는지 의문스러울 때가 많다. 경쟁적으로 신자수를 늘리기 위한 교세 확장에 주력하면서 서로를 비방하고 헐뜯는 사례가 얼마나 많았던가. 상대방을 이단이라고 몰아세우거나 상대의 종교적 상징물들을 훼손하는 사례도 있었으며 실제로 그런 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자주 마음속으로 서로를 업신여기고 적대시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는 다원적인 사회이다. 종교 박물관이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종교와 다양한 신념이 공존하는 사회가 바로 아시아, 한국 사회이다. 그러한 사회 안에서 복음을 선포하고 복음의 진리를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는 나와 다른 사람, 나와 다른 신앙과 신념을 가진 사람들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자세가 더욱 필요하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 가톨릭을 포함한 개신교 각 종파들이 대화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각 교단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지원을 받으면서 일치를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참으로 결실을 맺기 위해서 이제는 교회 일치 노력이 소수의 신학자나 관계자들만의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자기 주변에 있는 다른 종파의 신자들과 한 형제라는 인식을 갖고 일치를 직접 실천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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