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로 이민 간 선배 부부가 서울로 피한(避寒)을 왔다. 한국에 있을 때 행복 지수를 100점으로 올려주던 선배라 전화를 받자마자 뛰어나갔다.
식당에서 만난 선배는 반가운 포옹을 하고 안부를 묻더니 이내 진지해졌다. 지금 우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촛불 시위와 북한의 핵 문제가 걱정이라는 것이었다. 자칫하면 한반도에 불행한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우리 국민들이 주제 파악을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주제 파악?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이야말로 한반도의 자존을 세계에 드러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우리의 그런 진취적 생각이 오히려 불행한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어느새 선배와 나는 국외의 시각과 국내의 시각, 보수와 진보, 수구와 개혁의 시각을 대변하는 정치 논객이 되어 있었다. 주장에 대한 반론, 반론에 대한 또 다른 주장을 활시위처럼 당기며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문득 고함을 치며 멱살 드잡이를 하는 구시대의 국회의원이 오버랩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좋은 사람과 얼굴을 붉히며 싸우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런 얘기 그만 두고 밥이나 먹자고 했다.
그러나 선배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쇠뿔을 단숨에 뺄 수 없듯, 나라의 일은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하며, 국력이 신장될 때까지는 외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가져선 안된다고 했다. 나는 툭 내뱉었다. 세상일은 때가 있는 법이다. 나아가지 않으면 정체될 것이다. 노를 저을 때도 앞으로 밀고 나아갈 때가 있듯 지금이 바로 그럴 때다. 그러다가 만약 한반도에 불행한 사태가 일어난다면 제일 먼저 발벗고 나서겠다.
내 얘기를 듣던 선배가 『사상에 문제가 있구먼』하면서 어깨를 툭 친다. 나는 웃으면서 『귀여운 빠알~갱이랍니다』라며 턱을 감싸 쥐는 애교를 부렸다. 그러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선배와 나, 두 개의 시각 중 어느 한쪽으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대토론은 일단락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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