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가 2년간의 시노드 준비 끝에 8개월간의 시노드 여정에 돌입한다. 이 땅에 천주교가 들어오고 200여년이 지나면서 교회는 외형적으로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지만 그에 따르는 합당한 내적 성숙은 이루지 못했다는 반성이 우리 교회의 균형있는 성장과 발전을 위한 내실 촉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서울대교구는 자연스럽게 전교구민의 목소리를 듣고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으로써 시노드를 준비하게 된 것이다.
필자가 아는 바로 이 시노드 준비는 매우 철저하게 신자들의 의견을 듣는 작업에서부터 시작하였고, 신자들의 의견은 곧바로 교구장이 의안 주제를 선정하는 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신자들의 의견 수렴에서부터 연구위원회의 활동, 기초연구보고서, 그리고 신자들의 토론마당으로 이어진 시노드의 준비 과정을 통해 드러난 것은 급변하는 사회의 한 가운데 자리하는 교회가 복음화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교회 역시 시대의 징표에 귀를 기울이며 철저히 변화할 것을 요청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서울대교구의 이번 시노드는 모두 7개의 의안을 논의하게 되는데 이 의안들 중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특별히 사회복음화의안초안에서 다루어진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를 위한 우리의 사명」에 관한 내용이었다. 시노드 준비 과정에서 준비된 의제들이 모두 우리 시대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그러한 현실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숙고하는 가운데 교회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아나서고 있지만, 그 수많은 내용들 중에서 유독 「생명문화의 건설」에 관한 내용이 우리 시대의 절대절명의 과제라고 여겨지는 것은 이 사회가 그만큼 「죽음의 문화」에 길들여져 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해 보았다.
교회 뿐 아니라 이 사회 구석구석의 화두는 단연 「생명」과 「환경」이다. 아니 이 둘을 하나로 묶으면 그것은 「생명」이다. 교회 안팍에서 누구나 이구동성으로 생명존중을 외쳐댄다. 그러나 의식에서 실제에 이르기까지 반생명이 난무하는 현실 또한 우리의 것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도 없다. 생명의 하느님께 대한 신앙고백을 하는 신자들 가운데는 이제 교회도 낙태나 안락사에 대해서도 일부 허용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는 것을 볼 때 「생명」문제가 명실공히 교회의 주요 관심이 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시노드의 생명분야 의안(초)은 무엇보다 생명 존중에 대한 신자 재교육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시노드가 파악하고 있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 반생명현상들은 낙태, 안락사, 생명공학의 일부 분야에서 드러나고 있는 생명조작, 유전자 진단이나 조작 등과 관련된 문제들, 왜곡된 성문화, 인공피임 등의 문제들이었고, 특히 생명공학의 발전과 함께 따라온 신자들의 윤리적 혼란이 매우 심각하다는 점을 시노드는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신자들의 올바른 인식을 촉구하고 있다. 따라서 유용함과 편리함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생명공학의 발전 등 반생명현상들이 숨기고 있는 반생명적 음모들을 고발하고 교육하는 일 또한 시노드의 주요 역할이 될 것이다.
교회의 내적 변화는 교회 구성원 모두가 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돌아가는데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회개이며, 생명을 창조하시고 사랑하시는 생명의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것이다. 서울대교구의 시노드가 지향하는 내적 쇄신이 생명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신자들이 생명의 관리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가운데 교회의 삶 전체가 생명의 주님으로 가득찰 수 있도록 주님께서 이끌어 주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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