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펼쳐진 전쟁 반대의 목소리는 평화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 인류의 양심이었다. 때맞춰 한국주교회의는 전쟁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의 이라크 전쟁 기도가 도덕적 정당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예방적 전쟁」의 개념은 가톨릭 교회가 가르치는 「정당한 전쟁」과는 거리가 멀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정당한 전쟁의 개념을 통해 전쟁의 정당성을 위한 엄격한 조건들을 제시해왔다. 이라크전은 그 조건들을 전혀 충족하지 못함으로써 도덕적 정당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
미국의 전쟁 강행 의사는 국제법적으로도 부당하다. 유엔의 결의안과 그에 따른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다수 국가들의 전쟁 반대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전쟁을 강행하려는 것은 지구촌의 일원이자 전세계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자처하는 미국이 결코 따라가서는 안될 길이다.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전쟁으로 인해 희생될 것이 분명한 수많은 무죄한 사람들과 그들이 전쟁 이후에 겪어야 할 엄청난 비극의 무게이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전쟁의 직접적인 희생자수와는 비길 수 없는 더 많은 이라크 국민들이 고통을 받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미국의 전쟁 강행 의도에 깊은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전쟁이란 말인가. 한 저명한 가톨릭 수도회가 공공연하고 신랄하게 지적한대로 미국이 전쟁을 불사하려는 이면의 의도가 이라크의 석유 때문이라는 심증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전쟁 반대는 종교적인 가르침에 바탕을 둔 것만도 아니며 국제법적인 규약과 관행에 따른 것만도 아니다. 전쟁을 반대하는 이유는 그것이 인류의 양심과 인간 생명의 존엄성,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침해이며 도전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와 외교관계도 개인이나 사회생활의 윤리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양심과 도덕에 바탕을 둔 예외일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무죄한 사람들을 고통에 빠지게 하는 국가 정책이나 외교 및 군사 정책들은 마땅히 단죄 받아야 하고 수정돼야 한다.
따라서 미국은 이제 정당하지도 않고 효과적이지도 않은 이라크 전쟁을 포기하고 평화를 위한 헌신에 나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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