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배기 의붓딸을 피멍이 들도록 구타하고 장롱 속에 가둬 숨지게 하는 사건이 일어나는가 하면 남편의 폭력을 피해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던 아내가 숨지고 장애인인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아내를 때려 숨지게 한 후 암매장하는 일이 발생하는 등 가정폭력 문제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유명 개그우먼의 폭행 피해사건으로 인해 가정폭력 문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아동학대, 아내 구타 등 가정 폭력 정도는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생각이다.
특히 제대로 의사표현도 하지 못하는 5살 유아를 말을 듣지 않는다고 「교육 차원에서 매질을 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손발이 묶인채 피멍이 들어 숨져가고 있는 동안 의붓아버지는 낮잠을 자고 있었다니 정말 아연실색할 상황이다.
최근 여성부 통계를 따르면 99년부터 2001년까지 전국 가정폭력 상담소 접수 상담건수는 매년 50% 이상 큰폭으로 늘어났다. 이중 신체적 폭력이 절반을 넘어 정서적 학대나 경제적 학대 등 다른 유형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같은 사례에 비해 실제 고소 고발 등 사법처리로 이어진 것은 1~2%에 불과할 뿐이다. 여기에는 아직도 「부부 싸움은 집안 일」이라는 편견 속에 사법처리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고 피해자인 여성들이 「가정이 깨지는데 대한 우려」로 법적 해결을 꺼리는 성향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정폭력의 심각성은 폭력이 폭력을 낳는 악순환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가족들 중 누군가 맞는 것을 보거나 맞고 자란 아이들은 무의식 속에 폭력을 문제 해결수단으로 삼게되고 성장해서 같은 폭력을 휘두를 확률이 높다. 이혼급증으로 결손가정 또한 양산되는 「가정의 위기」라는 상황에서 줄어들지 않는 가정폭력 문제는 또한 죽음의 문화를 조장하는, 사회 안에 만연된 폭력 불감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더욱 씁쓸하다.
가정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장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치관의 변화가 요청된다. 여성의 경우 어떤 경우에도 폭력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져 적극적으로 폭력에 대처해야 하겠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가정의 가치와 중요성이 재인식되어야 한다. 건전한 부부관, 자녀관, 가정관이 뿌리 내리는 일이 시급할 것 같다.
가정은 교회와 사회의 미래이고 생명과 사랑의 온상이라는 점을 신자들부터 확고히 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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