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불교 선종 사상 가장 뛰어난 선사인 제13대 마조 도일은 출가하자마자 참선을 하고 있었다. 참선을 하고 있던 어느 날, 당대 최고의 고승인 회양 선사가 정중하게 묻는다.
『대사는 무엇 때문에 참선하십니까?』
『부처가 되려고요』
그러자 회양은 느닷없이 기왓장을 가져와 갈기 시작한다. 마조가 의아해서 물었다.
『기왓장을 갈아서 무얼 하시렵니까?』
『거울을 만들려고 하네』
『기왓장을 갈아서 어떻게 거울을 만들 수 있겠습니까?』
『기왓장을 갈아서 거울을 만들지 못하듯이, 좌선만 한다 한들 어찌 부처가 될 수 있겠는가?』라고 말한다.
오래 전 드라마를 가르치던 스승의 말씀이 떠오른다. 운동복을 입은 사람들 모두가 운동 선수가 아닌 것처럼, 작가가 되었다면 작가다운 발상으로 글을 써야 한다고 열강하시던 그 모습은 마조의 일화처럼 내 삶과 신앙의 자세에 오버랩 되었다.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잘 한다는 말을 들은 나는 실제 사건을 이야기하는 데도 종종 없는 인물까지 만들어내서 그럴 듯 부풀리곤 했다. 내 이야기 솜씨에 깜빡 넘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가끔은 신앙인으로서 나의 품성마저도 윤색할 때도 있다.
매일 묵주기도를 빼먹지 않으며, 주일 미사에도 빠지지 않고, 여기저기 조금씩 봉사 활동을 하는 나야말로 주님이 보시기에 딱 좋은 참 신앙인의 모습이 아니겠냐며 겸손(?)되게 과장하는 것이다. 한참 수다를 떨다 보면 실제로 내가 참 신앙인인 양 의기양양해지곤 한다.
헌데, 그런 말들을 풀어내고 돌아온 날 밤이면, 어김없이 성냥팔이 소녀의 성냥불이 꺼져버린 것처럼 본래의 내 모습과 맞닥뜨리게 된다. 성서 읽기를 가벼이 하고, 가방 열기 귀찮다는 핑계로 불행한 이웃을 외면하고 돌아선, 참으로 이기적이고 속된 여자가 거실의 유리창 너머에 후즐근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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