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살려 주세요』 『저 죽지 싶어예! 어무이 애들 잘 좀 키워 주이소』라는 희생자들의 마지막 절규가 아직도 가슴 깊이 져며 온다.
『어떻게 또 이런 일이…』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되는 소식에 모두가 말문이 막혔다. 너무나 슬프고 고통스러움에 희생자 가족들은 더 이상 눈물조차 흘릴 수 없었다.
다시 한번 1995년 4월의 대구 상인동 지하철 가스폭발 사고 악몽을 떠올리는 시민들은 이번 참사에 대해 깊은 슬픔에 앞서 당혹함과 분노에 몸을 떨칠 수가 없었다. 시민들은 참사 때마다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되풀이하는 정부에 깊은 배신감과 절망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희생된 이들 앞에서 고개를 떨구지 않을 수가 없다. 무엇이 잘못되어서, 무엇이 문제여서 또 이런 시련이 우리 앞에 닥친 것일까?
지금 언론과 각계각층은 누구나 말하고 알 수 있는 참사의 원인과 예방책을 이야기하면서 그 책임을 방화범과 몇몇 지하철관계자들에게만 돌리고 있고, 우리 또한 그들에게만 모든 책임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세상을 비관한 한 정신 이상자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으로 일어난 사건으로만 말하기엔 우리 양심이 너무 찔리는 것 같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에서 가장 미천하고 소외 받고 고통 당하는 이들과 함께 하시기 위해 오셨다. 예수님의 복음정신에 입각해 이 사건을 바라보고 우리 자신부터 반성해야겠다.
우리 개인 각자가 평소에 소외 받고 있던 방화범에게 관심과 배려,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건네고 진정한 이웃으로 받아들였다면 이러한 참사는 분명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우리 각자의 이기심과 편의주의,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 지하철 참사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제 우리는 희생자들 앞에서 뼈를 깎는 각오로 회개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이러한 노력과 각오 없이는 또 다시 이와 같은 참사는 되풀이 될 것이고, 그 희생자도 분명 우리가 될 것이다.
우리 모두 희생자들과 하느님 앞에서 진정으로 회개하고 용서를 청하자.
이 길만이 희생자들의 뜻을 기리고, 더 이상의 참사를 막는 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참사로 희생된 영혼들과 부상자들 및 그 가족들을 위해 간절히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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