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여러 가지로 정의를 내릴 수 있지만, 가장 드라마를 드라마답게 설명할 수 있는 말은 갈등(葛藤)이라는 말이다. 갈등이란 칡과 등나무가 얽힌 것과 같이 주인공과 등장인물 사이에 일어나는 대립과 충돌, 혹은 주인공과 환경 사이에 얽혀있는 모순과 대립을 이르는 말이다.
온갖 난관과 풍상을 딛고 일어서는 주인공에게 초점이 맞춰졌을 때, 이야기는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된다. 주인공이 험난한 과정을 헤쳐나갈 때, 동일시 된 관객과 시청자는 안타까워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아낌없는 박수 갈채를 보내기도 한다. 꾸며낸 이야기가 실제처럼 느껴지도록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바로 플롯(plot), 작가의 치밀한 음모와 계략이다.
9회말 2사 만루 상태에서 역전의 굿바이 홈런을 친 타자, 골든골을 뽑아내는 축구 선수에게 우리는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했다며 흥분한다. 어디 운동뿐이랴. 우리의 일상은 사실 드라마보다 더 기막힌 드라마로 엮어져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현실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을 작품 속에 에피소드로 끼워 넣으면, 십중팔구, 『에이, 저런 게 어딨어?』 『누가 요즘 저래?』 라는 말을 듣기가 십상이다. 작가의 치밀한 음모와 계략인 플롯(plot) 없이는 아무리 드라마틱한 현실이라도 잘못 만들어진 가공의 현실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다시 상기하기에도 끔찍한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는 TV 속보가 계속 뜨는 그 순간에도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현실은 물론 드라마조차 도저히 있을 수 없고, 일어나서도 안되는 끔찍한 사건들이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작가에게 치밀한 구성력이 없으면 드라마는 구축되지 않고 반드시 무너져 내린다. 마찬가지로 더 이상 이러한 비극적 재앙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에게 치밀한 안전 의식과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는 예방 의식이 절실히 필요하다.
대구 지하철 화재로 유명을 달리한 고인들에게 삼가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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