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참사로 가족을 잃은 신자들을 만났다. 그 애절한 사연을 기사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우리는 뭐합니까?』
뚱딴지 같은 소리에 뭔 말씀이냐고, 여기는 신문사인데 어디에 전화를 거셨냐고 물었다.
성당에 다니는 신자라고 밝힌 그 사람의 얘기는 대충 이랬다.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대구시민회관을 찾았는데 건물 외벽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현수막으로 도배되어 있고, 봉사자들의 발걸음은 끝이 없더라. 각 종교 단체, 봉사 단체, 의료기관, 금융기관, 지역 백화점 등에서 저마다 이름을 내걸고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아무리 눈닦고 찾아봐도 가톨릭 교회와 연관 있는 추모 현수막이나 봉사 활동을 찾아볼수 없다.
지역에서 세계가 경악하는 재난이 발생했는데 도대체 교회는 뭘하는지, 뒷짐만 지고 있으면 되는 건지, 저렇게 많은 타 종교단체에서 하고 있는 봉사활동과 우리는 무관한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변변한 답변을 드리지 못하고 전화를 끊을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기자도 현장을 오가면서 「왜 이러나」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할말이 없었던 것이다.
한 언론 보도에 의하며 이번 대구 지하철 참사 희생자를 위한 합동분향소와 유족대기실, 종합상황실이 마련된 대구시민회관에는 52개 단체에서 1300여명이 나와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가히 그 어느 재난 때와 비교해 보아도 모자람이 없는 봉사 열기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가톨릭 교회와는 무관한 단체들이라는 사실이 의식있는 신자들을 당황하게 했고 나아가 신자 유가족들에게는 「교회와는 상관없는 나만의 피해」로 인식되게 한 것이 아닐까.
사고 며칠후 관계자들이 현장에 찾아와 할일이 없을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이미 때를 놓친 뒤였다. 이미 봉사활동도 포화상태를 넘긴 것이다.
다행이 가톨릭약사회 회원 30여명이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듯 소리없이 매일 유족대기실을 찾아 지친 유가족들을 돌보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위안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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