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사순시기가 돌아왔다.
재의 수요일부터 성목요일 주님의 만찬미사 전까지 40일간 계속되는 사순절은 우리 신자들에겐 회개와 보속, 희생과 성찰의 때이다. 이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금식과 금육의 계를 지키며 특별히 가난하고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때이기도 하다.
오늘날 이기심과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시대에 사순시기는 우리 신자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다. 매년 돌아오는 전례력이지만 올해 사순절을 맞는 우리의 마음가짐은 더욱 각별하다.
온갖 부주의와 무관심, 잠재된 안전불감증 등으로 수백명의 안타까운 목숨을 앗아간 대구 지하철 참사는 우리 모두의 회심을 촉구하고 있다. 일촉즉발의 이라크 사태는 더욱 간절한 기도와 전쟁방지를 위한 행동들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주는 것이 받는 것 보다 더 행복하다」를 주제로 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올해 사순절 담화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살아가면서 작은 선물이라도 해본 이라면 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경험했을 것이다. 이처럼 주고 싶어하는 마음은 인간의 심성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것이다. 누구나 다른 사람들과 주고받고 싶어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기꺼이 내어줌으로써 만족과 기쁨을 얻을 수 있다.
교황은 이러한 내적 성향이 『세속적인 정신에 오염되어 자신의 특정 이익만을 채우려 들며, 끊임없이 더 가지려는 욕구를 부채질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착취, 이웃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 기본적인 도덕률의 침해는 자신의 이익만 좇는데서 비롯되는 결과일 뿐이다.
사순시기는 돈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물리치는 수단으로서 단식과 자선이라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무기를 제공해준다. 풍족한 가운데 떼어주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과 나누기 위해 희생할 때 그리스도인의 삶이 제 모습을 찾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기도로 힘을 얻어야 하며 하느님이 내 삶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사랑이 없다면 그런 변화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순절에 행하는 희생과 극기, 자선과 절제는 하느님이 내 안에서 하시는 일이기에 기쁨 중에 이루어질 수 있다.
사순절은 나아가 부활을 준비하는 것이기에 기쁨과 희망의 시기이다. 고통없이 영광없고, 죽음없이 부활 또한 있을 수 없다는 진리를 묵상하면서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성찰하며, 참회하고 희생하는 사순절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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