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을 맞아 서울에서 열린 민족대회는 일부 해프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끝났고 성공적인 민간 교류의 좋은 선례를 남긴 것으로 보인다. 종교계, 특히 한국 천주교로서는 분단 후 처음으로 북한의 천주교 신자들이 명동성당에서 미사에 참례했다는 것만으로도 민족의 화해와 일치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번 민족대회는 매우 미묘한 시점에서 개최됐다. 세계는 이라크전 발발에 대한 위기감으로 긴장이 감돌고 북한의 핵개발 의혹은 한반도에서도 전쟁이 발발하지는 않을까 하는 일부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기도 하다.
여중생 압사 사건과 이에 따른 촛불시위로부터 본격화된 미국에 대한 비판적 시각들과 함께 최근 북핵 의혹에 대한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들은 우리 사회를 양분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사회 원로 188명은 이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전쟁은 안된다』는 기본 전제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에 대해 지적했다.
이러한 시점에 열린 대회에서 북측 종교인들이 어느 정도 정치적 의도가 엿보이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민족의 화해와 일치라는 거시적인 안목에서 포용의 자세를 갖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번 대회는 그간 꾸준하게 쌓아온 신뢰가 바탕이 된 것이다. 수년 전만 해도 남북 신자들은 높게 쌓아진 불신의 벽에 가로막혀 있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이어진 만남과 교류를 통해 양측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의 씨앗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우리는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성숙된 만남과 교류의 경험을 갖고 있다. 물론 이러한 만남이 통일의 날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뜻있는 이들은 작금의 우리 사회가 자칫 이른바 보수, 진보의 양 진영으로 갈라질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북한 문제에 앞서 우리 사회 안에서 이러한 갈등과 분열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는 겨레의 염원이다. 어느 누구도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 이제 우리는 그러한 대전제 아래에서 보수든 진보든,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자세를 버리고 대화와 열린 마음으로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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