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동안 파리를 다녀온 나 교수는 오랜만에 마르가리타씨를 만나 새 대통령과 공동선에 대한 대화를 계속한다.
마: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다고 온 세상이 시끄러운데 북한의 핵 개발, 실험 등 우리 문제도 심각하잖아요.
나: 네, 다행히 부시는 북한에 대해서는 이라크의 경우와는 달리 평화적, 외교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통일이 되면 그 핵이 우리 것이 되지 않느냐, 박정희 대통령도 못한 일을 북한이 하니 좋지 않느냐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를 위해서도 주변 모든 나라를 위해서도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도 무력에 의한 해결책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한민족 모두에게 불행을 가져올 것입니다.
마: 맞습니다. 새 정부의 정책도 외교수단을 통한 해결이니 다행입니다.
나: 조금 다른 얘기지만 우리는 통일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통일이 민족적 공동선인 셈이지요. 우리가 국내적인 공동선을 보다 많이 실현하는 것이 통일의 기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러한 원칙대로 사는 모습이 얼마나 좋으냐. 당신네들도 우리와 함께 우리 원칙대로 살아보자. 우리 원칙은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보편적 원칙이다. 완전할 수는 없지만 남들이 인정하고 우리가 만족하는 원칙들이다. 남한식대로 같이 살아보자」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금을 갖다주면서 통일 얘기를 해보자는 것은 촌부가 거드름을 피우는 것과 같습니다. 비굴합니다.
마: 맞아요. 조선식 사회주의, 우리식대로 살자는 진짜 잘못된 것이죠. 고립주의, 폐쇄주의죠. 남한에도 지나친 부를 소유한 소수와 노동자 등 궁핍한 다수가 있지만 북한은 더 하지 않습니까? 노동자, 여성, 어린이 등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이 내버려지고 있는 것 같아요.
나: 네, 우리도 새 대통령과 함께 북한이 진정으로 부러워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통일이 됩니다. 공동선의 증진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으면 북한은 우리의 체제를 닮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 맞습니다. 시간이 걸려도 처음의 원칙을 끝까지 밀고 나가야지요.
나: 새 대통령은 상식에 기초한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도중에 흩뜨리지 말아야 합니다. 또 중요한 것은 이 원칙의 실현, 개혁은 천천히 해야 합니다. 혁명은 총칼로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하면서 쉬울지 모르지만 그 후유증은 엄청나며, 혁명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보통입니다. 개혁은 혁명보다 더 어렵습니다. 많은 대화를 서로 나누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성과가 더디게 나타납니다. 따라서 대통령은 임기 중에 정책이 마무리돼 성과가 나타나기를 바래서는 안됩니다. 합리성이 축적되도록 기초를 다질 뿐이라는 자세로 일을 해야지요.
마: 네, 그렇게 되면, 국제적 공동선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도 더 많아질 것 같아요.
나: 1950년대에 우리는 미얀마로부터 원조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미얀마는 지금 우리보다도 잘 살지는 못했는데, 우리한테 원조를 해줬거든요.
마: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태도에서도 그건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 같아요. 그들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기지,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나: 우리는 인권, 환경, 문화, 여성 등을 위한 국제기구, 국제적인 시민단체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재정지원을 늘려야 합니다. 한국사람들은 대단히 이기적입니다. 창피할 정도지요.
마: 제가 신문을 유심히 보면서 참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새 대통령에게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요구만 하고, 이건 된다, 안 된다는 얘기만 있는 거예요.
나: 재미있는 현상이 아니라 한심한 현상이군요. 물론 개인들 모두의 의견이 신문에 날 수는 없지만요. 지금 새 정부가 새로운 각오로 출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비판보다는 도와주어야 합니다. 국가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생각하기 이전에 나 자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마: 맞아요. 국가적 공동선, 민족적 공동선, 국제적 공동선 모두 나 자신의 변화로부터 출발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공동선을 위해 나 자신과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학교, 사회보다는 가정이 제1의 교육기관이고, 부모가 제1의 교육자 아닙니까? 특히 교우들의 경우는 더욱 강조되어야 합니다. 물질보다는 정신이 더욱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신앙적으로 더욱 깊어져야 합니다.
나: 그래요. 자기 의무를 다하지 않고, 도망가니까 대구 지하철사고의 피해자가 더 생겼지요. 개인에게 주어진 의무의 성실한 수행이 바로 공동선의 실현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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