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하나」, 「지구촌 사람은 모두 한 가족」이라며 힘있는 나라들이 필요할 때마다 외쳐오던 이 구호가 이제 필요가 없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 최강이라고 자처하는 미국이 유엔의 결의안조차 일축해버리고,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초강경 자세로 나오자 이라크에 대한 「예방전쟁」을 반대하고 비난해 오던 사람들이 할 말을 잃어버렸다.
완전무장 해제시한을 3월 17일로 못박아 놓고, 그 시한까지 지켜지지 않을땐 무조건 공격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거기에 덩달아서 영국의 고위관계자는 전쟁을 반대하는 프랑스를 향해 「중요한 실수를 하는 것」이라며 비아냥 거리기도 했다. 이런 장면이 뉴스를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됐다. 꼭 동네아이들 패싸움 같다.
왜 전쟁을 하려고 하는 것인가. 왜 꼭 전쟁을 해야만 모든 사건이 해결된다고 장담하고 있는 것일까. 만일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것은 미국과 이라크의 두 나라 문제만이 아니다. 먼저 찬성과 반대 양 진영으로 갈라질 것이고, 승리와 패배가 결정될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세계는 양쪽으로 갈라 찢어진다.
또한 지난 날 냉전시대 때처럼 또다시 지구촌은 불목과 아집으로 고통만이 가득할 것이다.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교황청에서도 지금까지 어떠한 이유에서든 전쟁을 적극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교황은 지난 5일 피오 라기 추기경을 부시대통령에게 특사로 파견해 유엔 승인없는 전쟁은 비윤리적이고 불의한 침공이라는 뜻을 전달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이라크전에 대한 확고한 결심을 거듭 밝혔다. 누가 뭐라고 해도 한번 결심한 이상, 끝까지 밀어 붙이겠다는 식이다. 정말 설득력 없는 억지주장이다.
지금 지구촌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다. 평화를 사랑하고, 평화를 원하는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고 전쟁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강경논리에 전 세계의 힘없는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교회의 공동선은 평화다. 평화를 위해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다. 『아직도 평화는 늦지 않았다』고 강조하는 교황의 안타까운 외침을 우리는 한오라기 실날 같은 희망으로 삼고 기도를 멈추지 말아야 하겠다. 그리고 사순시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직접 평화를 위해 뛰어들지는 못하더라도 교황이 특별히 당부한 단식을 통해 우리 잘못을 반성하고 완전히 회개하는 삶을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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