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과 북핵 사태의 상황이 불투명해지면서 환율 폭등과 주가 연일 최저치 행진이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신용불량자들이 한달 만에 20%이상 급등했다는 소식에 몇 년전 경제위기를 떠올리는 서민들의 가슴은 불안하기 그지없는 듯 하다.
유가인상으로 소비자 물가는 지난달에 비해 눈에 띄게 오른 데다 자가 운전자들이 조금이라도 저렴한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들을 전전하는 모습이다. 전업 카드사들의 연체율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하고 있어 경제 성장은 물론 국제수지와 물가안정에 대한 우려가 이만 저만이 아닌 상황이다.
그런데도 지난해 해외여행 수지 적자는 37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급증, 사상 최고치를 보였고 해외 골프 여행객 역시 10만 명에 육박, 이 부분에서도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최근 수출 상황도 20%대 증가율인 반면 수입은 30%대로 높아졌다.
이상하게도 이에 대해 외국 언론에서는 한국보다 더 걱정을 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불감증에 걸려 있는 듯 하루살이가 버거운 서민들 외에는 경제 불안 상황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고 여전히 과소비에 몰두해 있다.
97년 경제난에 한바탕 혼이 나서 이제는 웬만한 경제 불황 소식에 무감각해진 것일까.
우리는 지금 사순 시기를 살고 있다. 절제와 극기 희생의 덕을 그 어느 때보다 실천하면서 예수님이 지셨던 고통을 생각해 보는 때이다. 97년 경제난을 맞았을 때 종교계는 현실 극복에 있어 이웃을 위한 지원 봉사, 또 고통 분담 행사에 누구보다 적극 앞장서는 입장을 보였다. 절덕의 생활이 필요한 사순절에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소식들은 신자들이 누구보다 앞서 다시 한번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범을 보이도록 촉구한다는 생각이다.
마침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는 이번 사순절을 기해 신자들의 영성생활 지침을 발표하면서 천주교 신자들이 사순절을 기해 「신자」로서 제자리를 찾도록 요청했다.
그간 알음 알음 거품이 일었던 우리의 생활을 다시 한번 재정비 하는 노력이 교회안에서부터 전개돼야 한다. 나라 안팎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때, 교회는 「똑바로」의 정신으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누구보다 먼저 실천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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