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부터 3일간 바티칸에서 열렸던 「교황청 생명학술원 제9차 정기총회」에 참석했다. 총회는 「그리스도교 관점에서의 생명의료학 연구를 위한 윤리」라는 주제로 열렸고, 이러한 주제의 선택은 특별히 최근 10여년간 눈부시게 발전해온 생명과학 분야의 놀라운 성과 속에 감추어진 여러 형태의 비윤리적 그늘에 대한 우려 극복을 위한 일종의 노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상 유전학, 분자생물학, 장기이식이나 핵물리학의 분야 등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와 실험들이 생명의 영역을 드나들면서 인간 생명의 질적 향상을 위해 인류에 기여하였고,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끊임없는 노력과 집념이 드디어 생명연장의 꿈까지도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 될 것이라는 확신을 인류에게 심어주기에 충분하였다. 그러나 생명과학의 이렇듯이 놀라운 발전이 다른 한편으로 인류에게 가져다준 근심은 「이러한 발전에 윤리적 책임과 의무가 함께 병행하고 있는가?」하는 반성이었다.
실제로 생명과학의 눈부신 발전의 혜택 아래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도 이러한 발전에 대한 윤리적 책무에 대해 결코 무관심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벌써 수년전부터 윤리적 책임이 따르는 생명과학의 발전을 요구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계속되어온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교황청 생명학술원 총회가 선택한 주제는 매우 시의적절한 주제였고, 생명과학 분야에서 종사하는 모든 연구자의 연구 기본 자세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총회가 다루었던 작은 주제들은 「인간에게 봉사하는 생명의료학 연구의 현실적 경계」를 비롯하여 생명의료학과 관련되는 정치 및 경제 정책 분야 등의 현실 구조의 문제, 국제 규범들의 문제, 그리고 인간학, 윤리철학 등의 타학문과의 관련성 등의 문제였으며, 특히 생명의료학 연구의 기초는 무엇보다도 인간 존엄성 존중의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는 측면은 모든 소주제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었던 매우 중요한 기본 사상이었다.
총회 기간 중 교황성하를 알현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이 자리에서 교황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귀중한 말씀을 남겨주셨다. 『생명의료 및 과학 분야에서의 연구가 그 안에서 늘 새롭게 생겨나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고, 특별히 연구자들이 연구실에서 갖는 온갖 유혹과 인간에 대한 조작을 피해가면서 인간 생명에 봉사하고, 병자들을 치료해 주는 방법과 길을 탐구하는 소명에 충실하길 진심으로 호소합니다』 『교회는 과학의 연구를 존중하고 또 지지합니다. 그러나 그 연구가 인간을 도구화하고 파괴하는 모든 형태를 피하고, 또한 정치적 및 경제적 관심으로부터 언제나 자유로우면서 진정으로 인간을 위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지금까지 생명과학의 발전 과정에 있어서 인간의 자연적 이성으로부터 인도된 윤리 지침들을 제시하면서 그리고 과학이 인간의 참된 선을 추구할 것을 요구하면서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에 매우 값진 봉사를 해 왔습니다』
교황성하의 이같은 훈화 말씀은 삼일동안의 총회 전체의 결론이기도 하다. 우리 시대는 분명 생명과학의 시대이지만, 동시에 진정한 인간 존중과 인간적 진보를 함께 요구하는 윤리적 요청을 호소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생명과학의 연구 안에서 진정한 인간적 발전을 위한 과학적 가치와 고상한 윤리적 틀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전환적 사고와 이를 지지하는 새로운 문화가 요청되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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