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윤리적인 책임이나 도덕률에 상관하지 않는 국제 정치와 군사적 분쟁의 와중에서 희생된 고(故) 김선일씨의 명복을 빌면서, 마치 공포 영화를 즐기듯이 인터넷을 통해 고인의 피살 장면을 담은 잔혹한 동영상이 유포되는 현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의 폐해 가운데 가장 자주 지적되는 음란물의 범람은 이러한 잔혹 동영상에 비하면 오히려 점잖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들 동영상을 보는 네티즌들 중에는 청소년들이 대다수 포함돼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당국은 김선일씨 동영상의 유포를 막으려 했고 상당수 네티즌들도 이를 저지하려는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동영상은 국내외에 퍼지고 말았다. 일부에서는 참수 동영상을 보는 것에 대해 「알 권리」라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를 들어 이에 대한 금지 조치를 반대하고 있다고까지 하니 어쩌면 이미 온갖 음란물과 폭력물에 길들여진 우리 사회의 정보화 부작용이 심각한 지경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고인이 무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불특정 다수가 무한대로 들여다보는 행위는 관음증의 일종에 해당하는 병리적 심리상태이고 더욱이 유족들과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수많은 이웃들을 모독하는 행위이다. 우리는 국가 전체와 맞바꾸어도 아깝지 않을 만큼의 존엄성을 지닌 한 인간의 비극을 조롱하는 이같은 행위에 결코 동참해서는 안될 것이다.
아울러 차제에 인간에 대한 존경심을 파괴하는 이같은 잔혹 사이트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단속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이들 사이트들은 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성인이 봐도 정신적인 충격과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올 이들 잔혹 동영상들이 호기심과 모험심에 가득한 청소년들의 가치 체계와 정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불보듯 뻔하다.
물론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네티즌들의 성숙한 인식과 윤리성이 전제돼야 한다. 어떤 법적 조치도 사이버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간섭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인간성을 송두리째 말살하는 잔혹 동영상들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미칠 악영향들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보다 엄격한 법적 수단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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