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가 일어난지 한달이 지났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것 없이 한달여를 끌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시신 수습이나 실종자 신원 확인 작업도 크게 진전된게 없다. 사고원인에 대한 조사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심한 허탈감과 좌절감에 빠져있고, 이를 지켜 보는 대구 시민들과 국민들 가슴에도 울분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 한켠에선 벌써 이번 참사를 「지나간 일」 쯤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행여나 이번 참사가 기억의 저편으로 쉽사리 잊혀질까 몸부림치는 유가족들의 외침이 그래서 더욱 애처롭게 들린다. 대구 거리는 아직도 곳곳에 검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시민들의 얼굴도 여전히 굳어있다.
사고수습을 위해서는 실종자 신원 확인이나 사고원인과 책임소재에 대한 납득할만한 차원의 수사가 급선무다. 물론 그렇다. 그리고 앞으로 유가족에 대한 보상문제도 난관이야 예상되지만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될 것이다.
그러면 된 것인가. 아니다. 이번 참사에 대한 보다 깊은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그토록 수많은 생명을 담보로 얻은 귀하디 귀한 교훈을 뼈속 깊숙히 묻고 삭혀야 한다.
대구대교구장 이문희 대주교는 최근 모 일간지와의 특별인터뷰에서 이번 대구 참사의 원인은 바로 『이웃을 두려워하고 존중하는 정신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자신의 생명에 대해서는 강한 애착을 가지면서 다른 사람의 생명은 대수롭지 않게, 가볍게 여기는 풍조 탓』이라고 했다.
대구 지하철 참사는 우리에게 너무도 소중한, 그러나 가슴아린 교훈을 남겼다. 늘 곁에 있을줄로만 알았던 내 어머니, 아버지, 형제 자매, 그리고 친구들. 뜨거운 화염속에 까맣게 재로 변해버린 그이들을 생각하면 너무도 기가 막혀 생각이 멈추는 듯 하다.
사고 수습과 처리는 한시라도 빨리 원만히 해결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참사를 몰고온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생명경시 풍조와 관료주의는 철저히 파헤치고 바로잡아야 한다. 2003년 2월의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는 어느때이건 현재진행형으로 늘 우리들 가슴속에 되새겨져야 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