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는 소박하지만 뜻 깊은 모임이 열렸다. 전국에서 임신중절수술, 즉 낙태시술을 하지 않는 의료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생명을 사랑하는 소중한 뜻을 서로 확인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앞으로 생명 존중의 소중한 뜻을 계속해서 실천해나갈 것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이 모임은 범국민적인 생명운동을 전개하는 「생명 31 운동본부」가 주관해 전국의 낙태시술 거부 의사들을 초청한 「생명을 사랑하는 의료인 초청 만찬」이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의사들은 병원 운영에 있어서의 현실적인 문제에서부터 낙태시술을 서슴치 않는 의료계 풍토에서 받는 따가운 눈총 등 생명 존중의 신념을 실천하는데 있어서 적지 않은 난관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낙태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로 간주하거나 또는 공공연하게 묵인해도 괜찮은 필요악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대중매체에서는 낙태를 단지 길가다 넘어져 생기는 상처 정도로 여기고 원치 않는 임신의 경우에는 되도록 신속하게(?) 낙태 수술을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대부분의 산부인과에서는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진료 과목의 하나로 버젓이 내걸고 상담을 하러 온 기혼, 미혼 여성들에게 빈번하게 낙태시술을 해주고 있으며 이는 병원 운영의 주요한 수입원으로 간주된다. 이처럼 낙태시술을 쉽게 받을 수 있게 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낙태시술건수는 한해 적게 잡아 200만건에 달해 세계적으로도 악명을 떨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풍토 속에서 낙태시술 거부를 실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는 이처럼 생명 존중의 의술을 실천해나가는 의사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을 우리는 이번 모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이처럼 의술 본연의 소명에 충실하려는 의사들이 외로움을 느끼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제 이번 모임을 시작으로 낙태시술 거부 의사들은 서로의 뜻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면서 마음을 모아 우리 사회가 생명의 터전이 되도록 일조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교회는 이들의 뜻이 다른 의사들에게도, 나아가 우리나라 의료계 전체에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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