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대소변을 보거나 세수를 하면 아래로 흘러가서 처리된다. 이것은 언제나 반복되는 현상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이 언제나 통하는 곳은 우주 전체로 볼 때는 지극히 한정된 작은 영역에 지나지 않는 지구 표면에서 만의 일이다. 우주선을 타고 지구 표면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물로 세수를 하면 아래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얼굴 주변에 그대로 흩어져 둥둥 떠다닌다. 대소변도 특수처리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마찬가지 현상을 일으킨다. 또한 공기 압력이 전혀 없는 그곳에서는 액체의 끓는점이 매우 낮아 우리의 체온에서도 체내의 수분이 끓기 때문에 도대체 생존이 불가능하다. 우주인이 우주 여행을 하는 동안에도 지상에서의 환경을 연장시킨 우주복을 입지 않으면 단 몇 분도 생명을 유지시켜 낼 수 없다. 우리가 다른 어느 곳이 아닌 이 땅 위에 이렇게 살고 있는 것에 대해 무척 다행하고 감사하게 생각할 일이다. 우리는 이 땅을 떠나서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이 땅에서와 같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있을 수 없다. 우주복과 같은 유지비가 매우 많이 드는 옷을 입어야 겨우 목숨을 유지할 수 있고, 그것을 입고 있는 동안의 불편함이야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오랫동안 특수 훈련을 받은 사람만이 얼마동안 견뎌낼 수 있는 그런 것이다.
초저녁이나 이른 새벽에 밝게 빛나는 금성을 바라보면 매우 아름답다. 때때로 밤하늘 높이 떠 있는 화성이나 목성을 바라보아도 역시 아름답다. 그런데 이들 행성들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어떻게 보일까? 지구와 금성의 크기가 거의 비슷하니까 금성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여기서 금성을 보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 온 우주에 인간이 편안히 살 수 있는 공간은 이 지구가 제공하는 공간뿐이다. 지상에서 바라보는 하늘이 저렇게 높고 커도 실제의 우주 안에서는 사과에서 껍질 정도에 해당하는 지구 표면의 얇은 막에 지나지 않는다. 그 막 바깥은 깜깜한 암흑 천지이다. 필자가 확보한 우주선 미르호가 찍은 지구 표면의 자료를 보면 지표면의 밝은 청색 부위는 지구 전체에서 지극히 얇은 막에 지나지 않는다. 그 막에 바로 이어 한없는 검은색이 펼쳐져 있다.
이것에 대해 유진 서넌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구 저쪽은 아무 것도 없는 암흑 천지이다. 완전한 암흑이다. 그 어두움, 그 어두움이 가진 깊이를 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로 상상할 수 없다. 그 암흑의 깊이는 지구의 어떤 것으로도 재현할 수 없다』
하늘에 떠 있는 금성을 바라보면 밝기는 하지만 매우 작은 그 별에서 우리는 아래와 위 그리고 동서남북에 대한 개념을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별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지상의 세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는 이 지구의 자식이고 지구적인 존재이다. 지구 바깥은 앞에서 소개한 대로 한없는 암흑세계 뿐이어서 그 실상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생각하면 무섭고 소름이 끼치기조차 한다. 우리의 지구는 이러한 공간에 우리를 언제나 안전하게 데리고 있다. 지구는 음속보다 더 빠른 초속 462m의 속도로 자전을 하고, 태양을 중심 축으로 삼아 초속 29.7km 라는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있음에도 우리뿐만 아니라 공기분자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챙긴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는 금방 이 깜깜한 우주 속으로 빠져들어 단 몇 분도 목숨을 이어가지 못하고 말 것이다. 이것에 대해 지극히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보다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마음이 훨씬 더 넓고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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