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 16일 오후 1시에 레지오 활동차 수녀원에 봉사활동을 나가던 청주교구 모충동성당 순교자의 모후 꾸리아 소속 정의의 거울 쁘레시디움 단원들 5명이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여 단장, 부단장, 회계가 사망하고, 서기와 단원이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중입니다.
슬픈사고 소식에 처음에는 너무나 착하고 성실하고 신심깊은 분들을 데려가신 하느님이 야속하고, 왜 이런 분들이 사고를 당하는지 이해가 되지를 않았는데 이번 큰일을 치루면서 우리 신자들 모두 공감하는 것이 있어서 이글을 보내드립니다.
우리는 이번 일을 통하여 우리 모두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확인을 하였고, 교구와 타교구 모든 신자분들에게 이분들의 죽음이 결코 헛된 죽음이 아니고, 레지오나 교회활동 중에 당한 불의의 사고도 넓은 의미의 희생이요 순교라는 생각을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이번일을 계기로 교회봉사를 하다가 사고를 당하더라도 그것이 결코 불행이 아니며, 우리 모두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섭리라는 것을 알리고자 합니다.
2003년 3월 16일 주일 오후, 갑작스런 교통사고 연락에 믿어지지 않는 마음으로 장례식장과 병원응급실을 돌며 여러 가지 수속을 밟으면서, 당신들의 죽음을 어쩔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야만 했습니다.
이것이 무슨 청천하늘에 날벼락입니까? 더구나 수녀원 버섯밭에 햇볕이 들지않게 차단막 설치를 해주러 가다가 사고를 당하였다는 말에 어찌 하느님은 이렇게 성실하고 신앙심 깊고, 착하신 분들을 데려가시는 것인지 야속하고 원망스럽고 도무지 이해가 되지를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흘동안 장례식을 치루면서 우리는 당신들의 죽음의 의미를, 그리고 왜 하느님이 당신들을 부르셨는지 조금이나마 어렴픗이 그뜻을 받아들일수 있었습니다.
청주 모충동본당 순교자의 모후 꾸리아 소속 정의의 거울 쁘레시디움 단장 故 송덕화 갈리스도 형제, 부단장 故 조문희 갈리스도 형제, 회계 故 신호식 사도요한 형제.
눈앞에 선히 떠오르는, 어쩌면 똑같이 한결같은 당신들의 잔잔한 미소가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크고 작은 본당행사에 늘 빠지지 않고 말없이 조용히 뒤에서 봉사하시던 당신들의 모습을 우리 신자들은 참 좋아하였습니다.
지체장애아들의 집인 갈릴리 어린이집, 교도소사목수녀원 등에 자주 봉사를 다니다가 이번에도 가덕의 수녀원 봉사를 가던길이였지요.
故 송덕화 갈리스도 단장님, 학교에서는 자상한 교사로, 가정에서는 늘 묵주기도를 놓지 않는 신앙심 깊은 아내 세실리아 자매님과 함께 어머니와 장모님 두분 모두를 한집에 모시고 효도를 다하며, 성가정을 이루며 살던 당신, 그 사랑하는 가족들을 두고 발길이 떨어지셨는지요?
故 조문희 갈리스도 부단장님, 독실한 가톨릭 집안으로 그 고단한 회사생활 중에서도 구약, 신약성서, 기도서 모두를 필사하시고, 우리 모충동본당이 분가하여 첫주일부터 11년이 지나는 동안 주보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아놓았다가 제본을 해서 성당사무실에 주셨을 때 우리는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성당레지오가 전부 사물함이 없어서 늘 불편할 때 회사에서 직접만든 큰 레지오사물함 가구 두개를 만들어 오셨을때 우리들은 정말 고마웠습니다. 늘 부인과 함께 주일오후에 마을 앞산을 등산하시고, 너무나 자상한 가장이시던 당신, 신심깊은 아내 요안나자매님과 함께 성가정을 이루며 살았던 당신은 또 어떻게 그 사랑하는 가족들을 두고 발길이 떨어지셨는지요?
故 신호식 사도요한 회계님, 회사에서는 자상하고 성실한 공장장으로 모든 직원들의 존경을 받고, 형제님하면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법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모두들 좋아하던 당신, 귀여운 딸넷에다 뒤늦게 아들 영광이를 얻어 늘 주일미사때면 영광이를 챙기느라고 유아실에서 녀석을 안고 미사를 드리던 당신, 아이들과 함께 늘 그 넓은 동네 골목길을 쓸고 청소하던 그 아름다운 영혼을 지닌 당신, 또한 늘 당신곁에서 어린아이들 5명 뒷바라지에 불평한번 없이 조용히 기도 드리던 요안나 자매님과 함께 성가정을 이루며 살았던 당신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영광이와 사랑하는 가족들을 두고 발길이 떨어지셨는지요?
너무나 사랑하던 당신들 셋을 한꺼번에 잃은 우리 모충동 성 바르나바 공동체는 너나 할것없이 모두가 장례식장에 모여들어 연도와 손님접대로 사흘을 보냈습니다.
당신들의 장례를 치루면서 교구내 모든 신자들이 애도를 표시하고 장례식장에 서울세나뚜스 간부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여 애도와 연도를 끊임없이 바치는 모습을 보면서 당신들은 참으로 행복하고, 하느님의 축복을 받으신 분들이라는 생각이 점차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더구나 장례미사때는 17분의 사제가 장례미사를 집전하여 당신들의 천국가는 길을 축복하여 주셨고, 장지인 가덕 천주교 묘지에 나란히 묻히는 당신들은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신앙을 지키기 위하여 망나니의 칼을 맞아 순교한 것만이 순교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신앙인으로서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봉사하는 것도 신앙을 지키는 길이요, 그 신앙을 지키기 위하여 가다가 사고를 당한 당신들의 죽음도 넓은 의미의 희생이요, 순교가 아닐런지요?.
우리는 당신들의 죽음을 이름없는 작은 사랑의 순교로 받아들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우리 모충동 성 바르나바 공동체는 전 신자가 9일기도로 당신들의 연령을 위하여, 또 같은 사고로 중상을 당한 김명호 요한 서기님과 김문식 베드로 단원님의 쾌유를 위하여 기도를 바치고 또한 당신들의 봉사정신, 그 사랑과 신앙심을 기리고 본받기 위하여 성당 지하 교육관 벽에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작은 기념판을 제작 부착해 놓으려고 합니다.
당신들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고, 우리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 우리가 어렵고 힘들때, 당신들은 우리들에게 용기와 힘을 줄 것이며, 우리가 봉사와 사랑을 실천하기 귀찮아하고 힘들어 할때 당신들은 우리들을 격려하고 우리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주실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당신들의 죽음의 의미를, 그리고 왜 하느님이 당신들을 먼저 데려가셨는지 조금이나마 그 뜻을 알게된 것입니다.
사랑하는 故 송덕화 갈리스도, 故 조문희 갈리스도, 故 신호식 사도요한 형제님 우리 모두 정말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본당 신부님의 장례미사 강론 말씀처럼 우리는 당신들을 아름다운 사람들로 기억하고 당신들을 아름답게 보내드리렵니다.
하느님 나라에서 다시 만날 그 날까지 우리 모충동 성 바르나바 공동체를 위하여 전구하여 주십시오. 유가족들과 함께 우리는 더욱 더 깊은 기도와 사랑으로 화답하렵니다. 오늘도 성당 회합실에서 주회 마침기도 소리가 들립니다.
『세상을 떠난 저희 레지오 단원들과 세상을 떠난 모든 신자들의 영혼이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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